익숙해진다는 것

어떤 것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적응력에 의한 결과가 아닐까.

이 블로그를 열게 된 것도 고작해봐야 일주일 안팎인데 나는 이미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익숙해졌다. 그 일을 안하게 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안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 쉬운 것들도 전부 잊게 되겠지만 말이다.

퇴근하고나서 나의 삶에 대해서 살피는 버릇을 들인 것도 몇 달 되지 않는다. 누군가 얘기하길 딱 2주만 버릇을 들이면 자연스러워진다고 하는데, 난 내 스스로의 삶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이 긴 시간을 살았다. 나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나려고 이러는지는 모르지만, 최근 어느 시점부터 나에게 하루하루는 아주 소중한 자원이 되었다. 아마도 잠시 멍해있다가 시계를 쳐다보면 어이없게도 흘러버린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만.

내가 내 생활 터전을 옮긴지는 이제 거의 석달 반이 되어간다. 4년 가까이 살던 터전을 떠나서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면서 불안한 감정이 많이 앞섰는데, 그 가운데서 벌써 3개월을 살아냈고, 아직도 좀 어색하긴 하지만 많은 것들에 익숙해졌다. 아직도 익숙해져아할, 또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하루 하루 익숙해져야만 한다고 늘 생각한다. 분노하고 괴로움으로 포효하는 것도 아마 나 스스로 에너지 소모가 과하다고 판단되면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체념의 단계에 이르러 익숙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낯설고 서투르고 어색한 것들은 결국 시간이 약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직 분노가 끓어오르고 당장에라도 어떻게 다 뒤집어버렸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내 스스로의 고집이 그만큼 강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나이게 피끓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서인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