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re GE200: 반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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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외로 이 포스트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서 다시 요약한다. 아마도 이 물건은 내 평생 처음으로 사자마자 반품한 물건이지 싶다. 받은 날 30분간 만져보고 혹시나 하고 펌웨어를 업데이트 했다가 ‘어? 반품해야될 것 같은데?’로 시작해서 두번째 날 30분 만져보고 ‘에이 안되겠다!’ 하고 세번째날 ‘그래도 혹시..’ 했다가 ‘안되겠네 반품해야겠다’ 하고 반품했다. 만져본 시간은 물론 다 합쳐서 3시간도 안된다. ‘기타가 이상한 건가?’ 하고 기타도 4대 정도 바꿔 연결해본 것 같다.

앰프 시뮬이나 이펙트의 종류가 많고 routing이 되는 것을 보고 그래도 개개의 이펙트가 최소한 기본(?)은 되겠지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리하면,

거두 절미하고 그냥 사지 마라. 예산이 좀 모자라다면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앰프 시뮬 플러그인을 쓰는 게 훨씬 유익하다. 로직이나 큐베이스같은 데 붙어있는 기본 이펙터 정도는 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는데 그 1/10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예산을 4배(!) 늘릴 수 있다면 Fractal Audio AX8를 구입하는 게 맞다.

사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거나 혹평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이게 정답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기 바란다. 나도 속아서(?) 구입한 것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리뷰하는 애들은 뭐라도 손에 쥐는 게 있으니 쓸만하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얘들아 이런 물건도 있어! 한번 써보련?(싫음 말고)’ 하는 것일 뿐. 나도 이 애들한테 속아서 샀다. 얘들도 이 정도로 괜찮다고 하면 진짜로 괜찮은 거겠거니, 막상 소리가 이상해도 내가 잘 만질 줄 몰라서 이겠거니. 전혀 그렇지 않다.

P.S. 블로그 흐름을 보면 알겠지만, 이 물건 반품하기 전에 프랙탈 오디오에 AX8 곧장 주문했다. 물론 도착하는 날 그 순간부터 만족해서 지금도 내내 만족 중이다. 가격이 거의 4배에 이르는 데 좋지 않을 수 있냐고? 그럼 GE200은 적어도 1/4 정도는 만족시켜야 되는 것 아닐까? 이펙트 수를 1/4로 줄여서라도?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것이 없었다. 가격이 적당(?)하단 것을 빼면. AX8은 그 어떤 기타든 아니면 일반적인 오디오 신호든 전부 처리가 가능하고 품질도 아주 만족스럽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떤 물건이 제 구실을 못한다면 그 이상 진도를 나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타 이펙터인데 이펙터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데 user interface든 PC용 remote이든 edit이든 다 무의미하단 것이다. 그래도 음악관련 신호처리에 기술이 전무하다 여겨지던 중국회사가 그 정도까지 한 게 어디냐?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이 80년대나 90년대가 아니다. 적어도 내 기준엔 80년 말에 나왔던 Boss ME-5/10 수준도 못 미친다고 본다. 지금으로 보면 거의 장난감 수준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Boss는 진작부터 이 분야에서 돈을 벌었지만, 내내 음질과 단가와의 타협을 해왔기에 이 시절 프랙탈 오디오에 심하게 밀리는 거라고 본다. 이젠 돈이 안되니 이 사업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것 같고. 오히려 타협에 있어선 말도 못하게 심하게 한 캠퍼한테도 밀리고 있다. 캠퍼야 말로 음질과 단가간의 타협의 극치라고 본다. 설립자인 캠퍼가 assembly coding을 하는 이라고 하던데, 정말로 이 물건의 중요 부분은 어셈블리 코딩을 했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이 물건의 카피를 떴다 소프트웨어로. disassembly를 했다 중요한 부분은 도저히 알 방법이 없어서. 뭘 가지고 했냐고? Kemper에서 나온 Rig Manager가 있다. 이게 rig file을 처리하는데, 실제 하드웨어에 넣고 쓰는 것과 같은 라이브러리를 쓰는 흔적이 있어서 곧바로 가지고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했다. 중요 함수는 손수 코딩을 했다. 어쨌든 그렇다.

단가와 개발비를 뽑는 것의 승자는 캠퍼가 했다. 프랙탈의 물건들은 정석을 따라갔고 캠퍼는 겉핥기를 했는데 또 그덕택에 쉽게 만들 수 있었지만 비슷한 물건이 없단 이유로 비싸게 팔 수 있었다.

왜 갑자기 말도 안되는 캠퍼 프로파일링 앰프 얘기를 하고 있나 할 수 있을텐데 예전 블로그를 보면 당시에 rig manager를 들여다보며 적은 블로그가 좀 있다. 당시엔 그걸 좀 이용해서 뭔가 수고비라도 뽑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별로 언급을 줄여서 하긴 했지만 어쨌든. 자세하게 얘기해봐야 이 분야 전공을 한 사람이 아니면 외계언어로 들릴 수도 있으니 생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