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8: 앰프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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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AX8이 우여곡절 끝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만져볼 시간이 많지 않아서 자세한 비교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정리해보면,

앰프 모델은 대개 하나의 프리앰프라고 하더라도 채널/모드별로 하나의 앰프 모델로 존재하고 있고, 톤을 결정하는 주된 부분만을 모델한 것으로 보여진다. 무슨 말이냐면 회로를 전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해서 실물의 프리앰프처럼 동작하는 게 아니라 아마도 개발자들이 결정한 정형적인 형태에 맞춰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변수가 들어가면 그것에 따라 각각 새로운 모델로 정의해넣고 또 설계마다 달라지는 것들은 일반화해서 거기에 맞게 파라미터를 설정하게 되어있단 말이다.

예를 들면 Mesa Mark IIc+를 예로 들면 bright switch는 프리앰프 모델의 기본 파라미터로 포함하는 대신 clean이냐 lead냐는 별도의 앰프 모델로 두고 있다. 또 Bright 스위치를 켤 때 음이 밝아지는 것은 그때 쓰는 cap의 용량을 직접 파라미터로 넣게 되어있는 것도 특이한데, 그런 식의 일반 모델로 되어있다. 마스터 볼륨을 올려서 phase inverter에 디스토션이 생기는 것은 공통적인 모델을 따로 두고 파라미터를 받는 식으로 되어있다. 그러니까 실물의 프리앰프에서 파워앰프로 보내지는 출력이 어느 정도이고 phase inverter의 입력에서 얼마나 증폭하느냐에 따라 이 부분의 찌그러짐이 결정되는데 그것을 앰프 개개의 모델에 맞춰놓지 않고 사용자가 설정해서 넣도록 했다.

요약하면, 개발자들이 앰프 회로를 그대로 가져다가 모델 했다기 보단 특색을 결정하는 일부 부분만 앰프 모델별로 따로 만들게 해놓고 많은 부분 일반화를 해서 사용자가 값을 입력하도록 되어있단 말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앰프 회로를 모르고 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선 많이 황당할 수 있다. 사실 다른 앰프 시뮬레이터에서는 보여지지 않는 값들이 전부 사용자 설정 영역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파워앰프는 출력관 모델만 실물과 같은 것으로 하고 나머지는 모두 일반적인 모델에 파라미터만 바꿔넣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 스피커 임피던스에 의한 커브도 스피커 모델에 반영되는 게 아니라 파워앰프에 반영되도록 되어있다.

스피커 임피던스 특성은 스피커가 어떠한 것이냐 구경이 어느 정도이냐 등등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인데, 그것을 파워앰프에 반영해 놓았다는 게 좀 이해가 가질 않는데, 이것은 IR을 어떤 식으로 취득했냐와도 관계가 깊다.

이를테면 IR을 취득할 때 그 임피던스 특성이 반영된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는데, 만약에 반영된 것이라면 두 번 반영하게 할 수도 있고 측정시에 사용된 파워앰프가 무엇이냐 피드백을 하느냐 안하느냐 tube냐 solid state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생각하기 곤란하니 그냥 대충 얼버무려버린 듯 하다. 일반 사용자들이 이 부분을 제대로 알고 이해할리도 없을테니 말이다.

또 특기할만한 것은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모두 다이내믹한 성질, 즉 진공관 앰프의 경우는 파워의 출력 임피던스가 어느 정도 있어서 입력이 과하게 들어오게 되면 공급 전압이 떨어져서 증폭률까지 떨어지는 성질이 있는데, 이것을 컴프레서처럼 해석 해서 반영하는 기능이 들어있다. 일반적인 앰프 시뮬레이터에서는 이 부분을 실물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도 있고 이상적이라고 보는 수도 있는데, Fractal의 모델에서는 앰프 회로 자체는 이상적인 전원 환경을 가정하고 모델하고 실제적인 면은 다이내믹 이펙트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익스프레션 패달이 없어서 처음엔 좀 섭섭했는데, 기기에 기본적으로 내장하지 않고 별도로 구매하라고 한 결정은 잘한 듯 싶다. 이렇게 만들어놓으면 기계 자체의 내구성이 매우 높아지고 먼지의 유입도 작아지고 파손될 확률도 줄어드니 물건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어 보인다. 익스프레션 패달의 가격이 얼마 하지 않을 뿐더러 다루는 정도에 따라서 파손되거나 기능이 저하되더라도 쉽게 교체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정리해보면, 기존의 그 어떤 앰프 시뮬레이터 보다 설정해야 할 파리미터의 개수도 많고 또 그 대부분이 앰프와 앰프 회로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없이는 다룰 수 없는 것이 많기 때문에 아마 이런 부분에 신물을 내는 사람들은 많이들 떨어져 나갔지 싶다. 따라오는 메뉴얼을 만든다고 보면 책한권은 거뜬히 나올 분량이지만 종이 한장 따라오는 게 전부이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쓸만한 패치를 만드는데 제한이 많으니 kemper profiling amp로 가지 않았을까 싶다.

반대로 이게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실존하지 않는 앰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파라미터를 잘 조작할 수 있게 되면 기존의 앰프 모델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앰프는 현존하지 않는 것인데 시뮬레이터 상에서는 존재하는 것이 되는 것이니까 나만의 커스텀 앰프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Kemper profiling amp로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