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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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게 된 말 중에서 머리에 남은 게 있다면 아마 다음의 말일 것이다.
“Nothing is more responsible for the good old days than a bad memory.”
아마도 내가 이 말을 듣기 전에 누군가 내게 요새 들어서 머리가 나빠져서 (늙어진 관계로) 일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능하다. 다들 그렇게 믿고 있기도 하고 나이가 많이 든 사람들이 젊은 이들을 능가하는 총기를 보이는 경우는 대개 거의 보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린 단순히 우리의 지능과 능력만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간과하는 듯 하다. 하느님이 도와주실 거라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예전엔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알고 있는 좁은 세계에서 오직 나만이 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인터넷 덕택에 전세계로 치면 좁디 좁은 서울 안에서도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는 것을 알고 그 범위를 넓혀가면 전세계에 수많은 이들이 있고, 단순히 키보드 몇 번 두들기는 것으로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 또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값싸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 같은 분야 아니 수많은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이 서로 그들만의 노우하우를 공유하고 다양한 질문에 지금도 수 없이 많은 이들이 답하고 있고 그것을 바로 볼 수 있기에 우리는 전혀 외롭지 않고 전혀 고립되어있을 수 없으며 예전처럼 멍청할 수 없다.
궁금한 것은 하루가 되기 전에 이 세상에 이 문제를 한번이라도 먼저 고민하고 해답을 찾았던 어떤 누군가에 의해서 해결되게 된다. 그 정도로 세상이 발전했다.
특수한 재능과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되는 일도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지능만 갖추고 있다면 전문가를 능가하는 수준의 지식을 (단기간에) 보유할 수 있고 여기에 그들만의 새로운 생각을 더 할 수 있다.
단순히 나 자신을 비교해봐도 1시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분명히 발전되어있다. 1시간 동안 새로운 정보들을 더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막 오지에 완전히 고립되어있는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명상을 통해서 수행을 통해서 어떻게든 꾸준한 깨닫음을 얻어가기 마련이다.
문제는 10년 20년 전에 내가 발전했던 속도에 비해 나를 포함한 전세계 사람들은 더 빨리 똑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 요구 받았던 능력에 비해 더 많은 능력을 요구 받게 되고 또 그렇게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아가면서 말이다.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예전의 내가 더 똑똑하고 머리가 좋았지, 과거가 더 행복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한다.
즉, 내가 내고 있는 이 정도의 결과라면 난 더 잘 대우받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고, 나보다 더 뛰어난 이들이 이 세상에 매우 많을 거라 생각하게 되니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더러는 자신이 지금 받고 있는 능력과 성장에 대한 자극이 이 세상에서 소위 앞서간다는 이들보다 분명히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 세상엔 분명히 나보다 (일하는 능력으로) 나은 이들이 많이 있고, 이들은 나보다 훨씬 더 잘 (대우)받고 있고,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받고 있는 자극으로는 그들을 따라갈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 곧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뭔가 해야하는데, 난 점점 더 늙어가고 멍청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상황은 employer 측면에선 상당히 바람직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데, 그래서 모든 이들이 불나방이 한밤에 자발적으로 뜨거운 불구덩이로 뛰어들듯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럴 때야 말로 저신만의 고유한 경험이 더 필요한 시절이 아닐까 한다. 모두가 다 똑같은 길을 갈 수도 없고 똑같은 길을 가려고 죽을 듯 경쟁할 이유도 없다. 그러한 경쟁 상황에선 제대로 된 능력 평가, 그에 따른 대우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 그저 누군가가 언제 어떻게 좋은 자리를 얻게 되느냐가 더 중요할 뿐. 그러니까 운이 작용할 여지만 더 늘어날 뿐.
차라리 자기 자리를 잘 지키면서 인터넷을 통해 공유해줄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경험과 문제 해결 방법을 키워가는 게 답이 아닐까 한다. 너도 나도 다 할 수 있는 일을 빨리 할 줄 안다고 해서 나의 어떤 가치가 더 올라갈 것 같은가? 아니면 나만의 독창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인가?
유명 메이커의 수많은 제품 중 하나가 되는 것 보단 듣보잡 메이커 일지라도 그 회사의 독창적인 역작이 되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글쎄 좋은 비유인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