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기타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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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중반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기타를 3대 산 것 같다. 어차피 여기서는 모던한 스타일의 기타는 잘 안만들고 안판다. 다행스럽게도 모던 일렉기타들은 부품의 정교함이 요구되기 때문에 알리익스프레스에 기타를 공급하는 업자들에겐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니 스트랫이나 레스폴 류를 구입하지 싶다. 또 스캘럽드 지판의 스트랫은 여간해서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팔리는 기타들에 대해서는 (3대를 구매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려볼 수 있을 듯 하다.
- 외양이라든가 기능면에서는 엄청난 가성비를 보여준다. (미국까지 1-2주 내에 배송되면서 배송비포함 10만원대 기타인데 마감이나 완성도가 제법 있다. 배송비 포함 10만원대라는 것을 감안하자)
- 궁극의 오리지널 브랜드의 데칼이 붙어온다.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전문가들의 눈을 속이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 빈티지 스타일임에도 22프렛으로 나와있다든가 스캘롭드 지판의 스트랫이 있다거나 하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큰 장점이다.)
- 치명적 단점: 개방현 부근에서 음이 크게 틀어진다. (거의 예외가 없다. 너트 가공/노우 하우 부족에서 오는 듯 싶다.)
- intonation 조정시에 이게 뭔가 제대로 된 기타인 것인가 갸우뚱하게 할 때가 있다. (역시 제작 기술의 문제에서 온다고 본다.)
기타를 오래만져오긴 했지만 기타 제작자/수리 전문이 아니라 이 문제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제작기술/노우하우의 문제이다.
이를테면 너트 부근의 프렛에서 음을 짚을 때는 분명히 줄이 플랫하게 누워있는 하이 프렛일 때에 비해서 분명히 음이 높아질 개연성이 있는데, 프렛이 그에 맞춰서 놓여지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그러니까 너트 근처의 프렛이 조금씩 앞쪽에 박혀져 있다면 이런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싶다. 아니면 너트를 깊게 파면 되는데, 그렇게 되면 버징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니 애매한 상태로 제작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다.
내가 겪은 경우를 보면 대개 음이 심하면 2-30cent (반음의 20-30%) 정도 올라가 있었으니까 (높은 프렛으로 갈 수록 본래 음에 가깝게 난다) 음에 민감하면 사실 거의 쓰기 어렵다.
쓸만한 기타들은 intonation과 neck만 잘 잡아주면 사실 어떤 포지션에서 타현하더라도 음의 변화폭이 크지 않고 특히나 코드를 튕길 땐 음이 깨끗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상쾌한 기분으로 연주할 수 있다. 아쉽게도 알리 기타들은 이런 면이 좀 부족하다.
지금 갖게 된 결론은 데칼이 뭐가 박혀있고 나무가 뭘로 되어있든 전체적으로 튠만 잘 들어맞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다. 빈티지 기타일 수록 이런 부분은 점점 더 포기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한심한 수준이라면 견디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더 이상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기타를 사지 않는다. 데칼이 없어도 외관이 후줄근 하더라도 악기는 튜닝이 첫번째다. 오래 기타를 쳐오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일렉기타는 넥에서 많은 일을 한다. 튜닝도 그렇고 버징 문제도 그렇고 전체적인 울림이나 서스테인도 많이 영향받는다.
분명히 고가의 기타들, 특히나 넥에 강성을 보강하는 빔이 들어간 것들 (뭐 이를테면 그라파이트라든가 티타늄 보강재가 들어간 것들)은 튜닝 상태가 정말 오래도록 유지된다. 대개 그렇지 못한 것들은 넥이 앞으로 구부러지면서 점점 음이 떨어진다든가 날씨가 좀 썰렁해지면 뒤로 펴져서 음이 올라가기도 한다. 물론 보강재가 잘 들어가있는 J-custom이나 Kiesel 기타 같은 것들은 플로우팅 트레몰로가 달려있어도 신기하리만치 음이 틀어지지 않고 오래 간다.
어쨌든 재미삼아 잉베이 스트렛은 좋겠지만 나머지 기타는 비추한다. 장식품으로 가져다놓을 거라면 이 정도의 가성비는 안나온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