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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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쇼핑한다는 핑계로 계륵으로 있던 렌즈들을 다 팔아버리고 요긴한 것들로 바꾸기만 헀다. 폰의 리어카메라가 고장(?)나면서 그렇게 되었지 싶은데, 폰카가 고장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건가 싶은데 firmware를 계속 바꾸다가 그렇게 되었던 거라 어디서 어떻게 문제가 생겨났는지 나도 잘 모른다.
어쨌든 나한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만 열심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는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 아무 때나 생각날 때마다 순간을 잘 기록할 수 있는 거라면 그만이다. (센서 크기 따위 의미 없다.)
- 기왕이면 동영상도 잘 기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영상용 이미지 보정도 되었으면 좋겠다.)
- 귀찮게 초점이니 구도같은 거 안따지면 좋겠다. (어인이라면 좀 그렇지만.)
결국 그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카메라는 (고급) 액션캠이란 결론이 났다. 이미지 보정 능력이 좋을 수록 가격이 비싸게 나온다. 구태여 4k일 필요는 없지만 image의 high frequency 성분이 살아있는 crisp한 이미지가 얻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뭐랄까 44.1kHz면 충분히 좋은데 일부러 96kHz, 192kHz의 sample rate로 된 음악을 찾아듣듯 말이다.
계속 생각해 나가다보니 나란 사람의 욕심이 한도 끝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카메라는 최근 몇년 간 엄청나게 좋아졌다. 성능에 비해서 가격도 많이 싸지고. 좋은 예로 스마트폰으로 4k/60fps를 찍을 수 있고 120fps 이상으로 슬로우 모션을 찍을 수 있는 세상이다. 어두운 밤에 찍어도 잡음이 크게 줄었기도 하고 말이다. (이 모두 소니의 덕분이긴 하지만.)
상상도 안하던 기능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은 더 혼돈에 빠지게 된다. 뭘 사야 좋을 것인지. 필요도 없던 기대도 안하던 기능인데, 이젠 그런 기능의 좋고 나쁨으로 뭔가를 선택한다고 하고 있다. 왜 카메라를 사려고 했는지 목적은 까맣게 잊는 것은 당연하다. 주객이 전도 되는 것이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나게 되지 않는다.
그냥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인데 카메라의 스펙을 줄줄 외고 이미지 센서의 데이터 시트까지 읽고 있는 것이다. 이 무슨 시간 낭비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