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렌즈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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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렌즈를 대략 3년간 보유하며 사용해 본 경험담을 개조식으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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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이 재미있다. 아버지/할아버지 시절의 필름 카메라의 느낌을 렌즈로 만이라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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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어놓으면 옛날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느낌이 난다. 색깔의 왜곡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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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렌즈에 대해서 독창적인 보케가 있다.
다음은 유의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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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iss (Carl Zeiss Jena)라든가 Canon/Nikon/Pentax/Minolta) 정도의 렌즈가 아니면 건들지 마라. 되팔기도 어려울뿐더러 가지고 있어야 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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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에 쓴다는 것은 글쎄 광각으로 해놓고 무한대 고정해놓으면 모를까 그 외의 경우는 못 쓴다고 봐야 된다. 조리개링을 바디가 흔들리지 않고 돌릴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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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하자가 없는지 (곰팡이가 있으면 끝이다. 먼지는 좀 있어도 상관없지만. 조리개 날에 기름이 끼었는지) 확인해야 된다. 잘못 걸리면 나 혼자 쓰다가 끝내는 거다. 80년대 렌즈 (Canon FD, Nikon Ai, Pentax 등등)는 대개 상태가 좋은데 m42 스크루 마운트를 쓰는 왕 골동품 렌즈는 외관이 멀쩡해도 상태가 안 좋은 것들이 많다.
그리고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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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빈티지 렌즈는 시장에 별로 안 돌아다닌다. 누가 다 수집용으로 소장하고 있거나 사용 중이란 얘기다. 사실 미러리스에 어댑터로 골동품 렌즈를 붙여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싼값으로도 처분 못하는 hidden gem들이 참 많았다. 지금은 그런 물건은 나오더라도 신품 렌즈를 능가하는 가격이거나 가격이 싸다면 상태를 알기 힘든 수준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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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특이하게 찍어보고 싶을 때 마운트 해서 찍는 것은 의미가 있다. 재미도 있고. 그런데 이걸 주력으로 쓰는 것은 반대다. 최신 렌즈들이 훨씬 좋다. 카메라 바디에서 보정되는 렌즈들도 있고. 빈티지룩은 사진 편집 툴로 언제든 요새 렌즈들로 멀쩡히 찍은 것을 가지고 만들 수 있지만, 또 빈티지 렌즈로 찍은 것은 색보정을 하거나 하면 되지만 렌즈 성능이 딸려서 blurry 한 것이나 vignetting 된 것은 살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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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니까 다양한 화각의 렌즈를 다 마련할 수 있겠지 할 수 있는데, 단렌즈는 생각보다 교체해서 쓰게 안된다. 더구나 수동이면 더 그러하다. 광각의 경우 잘 찍어봐야 폰카수준(+비네팅)의 결과물을 얻고 망원의 경우 초점 잡느라 시간 다 보낸다 (포커스 피킹 이런 기능 써도 야외에서 심도를 낮춰찍으면 초점 맞추기 쉽지 않다). 그래서 권장 화각은 50mm 혹은 유사 화각이다. 1.4나 1.8이 아니면 별로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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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렌즈의 특성상 어디서든 막샷 날리는 것은 광각렌즈로 무한대로 초점으로 찍는 게 아니면 쉽지 않다. 렌즈마다 focus throw도 다 다르고 말이다. 찍고 싶을 때 좋은 사진을 못 건지면 아쉽지만 퇴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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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렌즈라고 하더라도 바디 능력이 딸려서 초점을 원하는 곳에 못 맞출 때가 있다. 이럴 땐 부득이하게 자동초점 렌즈라도 수동 초점 모드로 놓고 찍을 때가 있는데 확실히 focus throw가 실제 수동 렌즈와 달라서 많이 회전시켜야 된다. 말이 수동모드지 수동 렌즈로 찍는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다. 쉽게 말해서 이 수동 모드라는 것은 초점링처럼 생긴 놈들 건드리면 그 신호를 바디로 보내고 바디가 렌즈의 모터를 구동하는 식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렇다고 해서 수동 렌즈를 쓰겠다는 것은 말이 잘 안된다. 이런 경우는 2/10 혹은 1/10 정도의 빈도 밖에 안된다. 나머지 8, 9는 원치 않게 다 수동으로 찍어야 된다.
그래서 종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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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라고 특별한 보케가 없다면 가치가 없다. 그게 아니면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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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스트니 색감이니 뭐니 하는 것은 후보정으로 조작을 하든 복원을 하든 어떻게든 살릴 수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 이런 건 일부러 날려 버린 게 아니면 다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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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m f1.4나 1.8은 빈티지 렌즈로 가지고 있을만하다. 보케가 이쁜 걸로 말이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캐논/니콘/짜이쯔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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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이 아니고 기분 전환용으로 아주 가끔 쓸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