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밸런스: 어떻게 이해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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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밸런스, 소위 화밸이라고 불리우는 이야기를 디지털 카메라가 나올 때부터 숱하게 들어왔는데, 나는 아직도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여러가지 관점에서 좀 자세히 따져보려고 한다.
우리 눈으로 보는 세상은 우리 눈이 우리의 편의에 따라 변형된 세상이다. 빛의 양도 그렇고 색깔별로 우리가 받아들이는 빛의 양도 그렇고 말이다. 그러나 기계는 그렇지 않다. 자신이 느낀 그대로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 세상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과 다르다.
왜? 우리가 받아들이는 빛에 작용된 광원이 이상적인 광원, 즉 모든 색의 성분을 균등하게 가지고 있는 광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빛은 노란 빛, 어떤 빛은 푸른 빛이 더 많이 들어있기도 하다. 그 빛이 주변 사물을 통해서 반사해서 눈으로 들어오면 그 빛들이 조금씩 더 강조된 형태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데, 우린 야외에서 태양광을 받든 실내에서 형광등 아래에 있든 물체의 색을 비슷하게 인식한다.
이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 화이트 밸런스 (보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기계가 받은 영상을 분석해서 어떤 색을 더 넣거나 빼는 일이다. 기계가 관찰한 영상을 사람이 본 영상과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일 말이다. 이게 디지털 카메라에서 중요한 이유는 대개의 카메라가 센서에서 받은 데이터를 그대로 (RAW) 저장하지 않고 색보정 (화밸보정) 후에 JPG의 형태로 저장하기 때문인데, 일단 화벨을 보정하고 Jpeg으로 압축하기 좋은 색공간으로 영상을 밀어놓은 뒤에 압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렇게 얻어진 영상을 다시 색보정을 하면 어느 정도 색 정보가 날아가버린 뒤에 보정을 하게 되는 것이라 결과물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일부러 RAW로 촬영하시고 후에 색보정을 하신다. 마치 자신의 사진은 스스로 현상/인화하시던 작가분들과 같은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예전에 필름 카메라 시절을 떠올리면 어느 현상소에 맞기냐에 따라 결과가 다양하게 나타났던 기억이 나는데, 실제의 필름은 민감도가 색온도에 따라 맞춰져있어서 현상할 때 일일히 사진별로 따져가며 색보정을 하지 않는다. 여기서 트릭은 디지털 현상소(?)가 생겨나면서 필름을 획일적으로 현상하고 그것을 기계가 디지털 이미지로 가져와서 밝기/색보정을 한 뒤에 찍어냈기 때문이다. 작가님들의 방법을 이용했다면 이룰 수 없는 쾌거였던 것이다.
거지같이 노출했든지 색온도가 안맞는 곳에서 찍었든지 좋은 색감을 보여준 것은 다 그 때문인 것이다. 그게 90년 이전으로 가면 별로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때 촬영한 필름을 가져다가 디지타이징을 해서 색보정(화밸보정)을 해버리면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되는데 그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은 사람이 색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를 RGB 값의 히스토그램 혹은 그 대략적인 패턴을 카메라가 빠르게 인식해서 사람처럼 반응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주 쉽게 색보정을 하는 것처럼 - 즉 RGB의 모든 span이 10bit space 안에 놓이고 또 대체적으로 RGB 분포가 각각의 color space에 유사하게 분포하게 만들어주면 비슷하게 얼추 맞아지는 것이라고 보듯이 말이다. 나머지는 개인 선호에 따라 이색 저색 더 넣거나 빼면 된다. 여기에 어떤 법칙이나 최적화된 알고리즘이 있다고 보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우리는 색보정이나 화이트 밸런스 따위 모르고도 잘 살았다. 사진에 초점이 맞았든지 말았든지 그냥 잘 살았다. 저광량에서 잡음이 많았는지 적었는지 알게 뭐냐 했었다. 과거에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어쩌다 사진으로 몇 장 남겨두었다면 아주아주 드물게 들여다보고 그랬구나 했었을 뿐.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오고나서 쓸데없는 지식들과 강박이 생겨버렸다. 필름 카메라 시절엔 자동 모드가 아니면 아니 아예 카메라는 모른다며 근처도 가지 않던 인간들이 김벌이 어쩌고 화밸이 어쩌고 하는 시절이 된 것이다. 화각도 따지고 초점 따지고 색온도도 잘, 화벨도 잘, 저광량에서 노이즈도 없었음하는 것이고.
생활에서 redundant한 것을 걷어내야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입장에서 카메라 역시 필요악이구나 한다. 역시 폰카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