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X-Fi? 뭔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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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동네 사람이 자기가 옛날부터 좋아하던 Creative Labs에서 새로운 물건이 나왔다며 혁신적인 물건이라고 구입하겠다고 하면서 잔뜩 흥분해서는 무슨 무슨 프로파일링을 해서 엄청 비싼 레퍼런스 서라운드 시스템을 헤드폰으로 옮겨준다는 둥 엄청나게 좋은 소릴 내주는 앰프라며 설명을 했다. 그런데, 앰프라기엔 너무도 작아보이는 손가락만한 동글이란다. 프로파일링을 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라든가 뭐가 있는 것도 아니란다. 어떻게 프로파일링을 하는지는 자신도 모르겠단다.
내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봐도 Creative Labs라는 회사가 그다지 creative하지 않았기에, 또 새로운 기술이라고 만들었다며 떠드는 이 싱가폴 할배가 아무래도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일하다 말고 잉여력(?)을 동원해봤다.
나의 분석(?) 결과는 이렇다.
- 작은 동글이 USB 사운드 카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 USB 파워로 사운드 카드와 헤드폰 구동용 앰프를 구동하는 것도 몹시 클래시컬하다.
- HRTF를 이용해서 5.1, 7.1 채널 사운드를 스테레오 다운 믹싱을 하는 것 같다.
- 모노는 가상 스테레오로 만들고 2채널은 가상 3D 스럽게 한다며 리버브를 넣거나 가상으로 음원 위치시키기 놀이를 할 것 같다.
HRTF라고 하는 것은 요새 3차원 음향이다 가상세계 오디오 얘기 할 때 나오는 말이다. 사람 얼굴처럼 생긴 dummy head의 귀 안에 마이크를 넣고 외부의 (x,y,z) 좌표의 음원에서 소리를 쏠 때 어떤 transfer function을 갖는지 측정한 것이다. 이 함수를 이용하면 위치감이 없는 음원을 가상의 3차원 오디오 공간에 위치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 수가 있다. 사람의 얼굴 모양, 특히 귀 모양에 따라서 전후/상하의 차이가 있는 것을 구분하긴 좀 애매한 특면이 있다. 이것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기도 하지만 요새 대부분 3D FPS 게임에서 대부분 지원한다.
그러니까 헤드폰을 쓰고 있는 사용자를 위해서 가상의 적이 내 주변 어딘에 있는지 소리로 알려주려면 HRTF를 이용해서 가상의 적을 게임이 원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니까 그 가상의 적을 5.1, 7.1 채널 스피커 중의 하나라고 해서 처리하면 된다. 그러니까 6개 혹은 7개의 적이 있는 것처럼 해서 위치시킨 뒤 소리를 내주는 것과 같다. 어차피 베이스는 전체적으로 울려퍼져야 되니까 5.1이면 5개만 처리하고 베이스는 좌우측으로 그냥 더했을 수도 있고.
사람마다 차이점을 반영하기 위해서 사람의 귀를 카메라로 찍고 얼굴을 찍어서 프로파일링을 한다 어쩐다는 것은 내 눈엔 그냥 일종의 낚시인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살짝 이용해서 이미 가지고 있는 몇 가지의 HRTF 세트 중에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 한다. 뭐 당장엔 사용자의 수가 늘어나면 가용할 수 있는 HRTF의 세트를 확장시킬 계획도 있겠지만 당장엔 몇 개의 세트를 가지고 이용할 것 같다만.
3D FPS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얼굴 모양이 일반적인 dummy head와 얼마나 다른지 측정하고 그 차이를 반영하지 않아도 다들 적이 어디에 나타났는지 소리만으로 대부분 구분할 수 있다. 그러니까 프로파일링이고 뭐고 대충해도 그만이란 것이다. 모든 사용자로부터 HRTF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프로파일링과 운용을 위해 별도의 앱을 쓴다는 것으로 봐서는, 그 소형 동글에는 USB 사운드 카드에 약간의 DSP (HRTF convolver, 즉 fast FIR filter (FFT convolver))만 들어있고 앱에서 HRTF를 제공해서 stereo downmix 해주는 일을 하게 되어있지 싶다. 따라서, 물건을 일단 풀어놓고 creative labs에서는 이런 저런 사람들을 데려다놓고 HRTF를 수집해서 적당히 정형화해서 앱을 업데이트 할때마다 추가하는 것이지 한다.
그게 아니면 그 헤드폰 앰프라는 USB 사운드 카드의 드라이버 안에 HRTF 처리 루틴을 짜넣고 그냥 그 동글은 사운드 카드 역할만 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냥 내 생각엔 이게 확률이 더 높아보인다.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일부러 리스키하게 만들었을리가 없고 개발비와 칩 찍어내는 돈을 회수하지 못할 수준의 수요밖에 없을 것이라 (그 사람들도 알고 있을테니까) 보여지니 말이다.
판가가 150불이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도 USB 사운드 카드를 만들어 놓고 나머지는 소프트웨어 개발비용으로 해서 만들었을 확률이 높아보인다.
오늘 보니까 이 기술 때문에 creative labs 주식이 올랐다는 기사가 뜨는데, 회사 자체로 열심히 주가 올리기 위해 홍보 중인 것이구나 싶다. 무슨 광고든 리뷰든 뭐든 어설픈 추상 명사 + technology라는 말이 자꾸 나오면 의심이 없다가도 생겨나게 된다. 정말 획기적인 것이면 magic이니 science니 technology를 계속 해서 들먹여가며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돈가방을 든 이들이 ‘얼마면 되겐냐?’ 하든가 진작에 분석 끝내놓고 특허를 내든가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