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X3000 사용 소감

남들 다 가지고 놀고 완전히 질릴 시점에 나도 액션 캠을 들여봤다. 경험삼아. 사실 그 전엔 이게 어른이 장난감 카메라라 휴대성은 좋지만 폰카만도 못하구나 했기에 꺼렸는데, 부피가 작은 미러리스 카메라도 아무데서나 꺼내 들기 뭐하다 보니 에브리데이 카메라로는 역시 액션캠이구나 했을 정도로 크기가 작으면서도 성능이 좋아졌다. 그걸로 따지면 옛날 스파이 카메라 스럽지만 성능은 매우 뛰어난 RX100 씨리즈가 제격이지 싶지만 액션캠의 화질이 너무 좋아져서 그다지 큰 차이를 못 느끼게 되었다.

에브리데이 카메라가 줌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고 심도가 낮아져야 할 이유도 없고 어차피 저조도에 가면 큰 센서를 달고 있지 않은 이상엔 어느 카메라든 무너지기 마련이다. 액션 카메라는 어안 수준의 광각도 지원을 하지만 화소를 크롭해서 3가지 화각을 제공한다. 어차피 RX100 같은 카메라도 저조도에서는 아쉬운 결과가 나오긴 마찬가지고 센서가 조금 크긴 해도 APS-C와도 거리가 멀고 차라리 폰카용 센서에 가깝다보니 X3000이 답이구나 하는 결론만 얻게 된다.

손떨방 기능이 좋다는 어떤 카메라와도 비교가 안되는 수준의 보정기능이 있고 정 안되서 김벌을 달아봐야 셀피스틱 수준의 김벌만 있어도 되니까 말이다.

발매된지 오랜 물건이지만 여전히 훌륭한 제품이고 또 철이 한참 지난 상황에서 갖게 되었으니까 그만큼 싸게 구해야 맞지 싶은데 생각보다 수요가 많은지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어쨌든 사용 소감은 아래와 같다.

100Mbps가 최대 기록 속도이기 때문에 UHC 3의 SD card 메모리를 요구한다. 화질 좋을 수 없는 상황에선 100Mbps으로 하든 60Mbps으로 선택하는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대개 그렇다). 4k 촬영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FHD 혹은 2k display로 보면 사실 FHD와 차이가 없어보인다. 무슨 말이냐면 촬영시에 포함되는 잡음 때문에 4k라도 FHD와 다른지 잘 모르겠단 말인데 결과물의 양이 워낙 커서 무슨 작업을 하든 처리시간은 매우 늘어난다. 파일이 워낙 크니 H.265로 저장해놓겠다 하면 대략 10분짜리 클립이라도 2-3시간 트랜스코딩을 했던 것 같다.

다른 액션캠들과 모든 성능을 비교해 봤을 때 지금까지도 overall 당당히 1등을 먹고 있는데도 이 정도인 것을 보면 다른 메이커의 제품은 어느 수준인지 알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원하는 수준이 너무 높은 게 아닌가 한다. 그게 카메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파일 사이즈 때문에 그 뒷감당은 못하게 될 것 같다.

유튜브에 올라온 몇 개의 sample footage는 영상이 좀 비현실적으로 너무 좋아서 모든 픽셀이 살아있는 듯 보여지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확대해서 보면 해상도를 높이기 위한 뭔가 잔머리를 쓴 느낌이 든다. 이를테면 해상도 뻥튀기를 할 때 그냥 4각형 모양이 아닌 좀 애매한 모양으로 확대를 시켜놓은 듯한, 랜덤 패턴으로 채워놓은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스테디 캠의 단계는 2단계인데 1단계가 순수한 OIS인 것으로 보여지고 2단계가 EIS를 동시에 기동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 그 때문에 2단계 (action)로 동작하면 화각이 좁아진다.

2018 5월에 펌웨어가 한번 업데이트가 되었는데, 그 전과 그 후를 보면 그 전 (1.0)의 손떨방은 좌우측으로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다면 1.01에서는 그게 좀 줄었다. 그러니까 정면에서 보자면 시계 혹은 반시계 방향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진동이 제법 있었는데, 그게 좀 줄게 되었다. 전체적인 wobbling을 억제한 반면 이미지 자체에서 자글자글한 wobbling들이 보여진다. 어쨌든 펌웨어 업글을 해야할 만한 이유는 있다. 이 말고도 좋아진 점들이 꽤 있다고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