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PC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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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용 PC를 바꾸겠다고 신청한지 두달째가 되어간다.
아직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냐? 아니다. 언젠가는 나올 것이니까. 또 그로 인해 기다리고 있는 게 생겼으니까. 못해도 2-3달 안엔 오랜만에 데스크탑으로 일 해보게 되는 것이다.
요샌 자리에 데스탑으로 놓고 일하는 이는 별로 없다. GPU를 달아쓰려니 사실 방법이 이것 밖에 없었다.
eGPU라는 것은 별로 믿고 싶지 않다. 하다못해 $100 짜리 GPU라도 PCIe에 붙어 돌아가는 것이 믿음직스럽지.
찾아보니 같은 스펙의 데스크탑에서 GPU를 달고 해킨을 시도하신 분이 이미 있었다.
UEFI Bios에서 내장 그래픽을 disable하는 옵션이 없다며 두 개 다 켜놔야 하는 상황에서 해킨해야 한단다.
난 PC를 지급 받은 후 얼마 후에 GPU를 구입할 것이니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만.
쓸데없는 얘길 했는데, 살면서 기다리는 게 있다는 것은 나름 좋은 것 아닐까 한다.
매일 같이 힘들어서 죽고싶다 더 이상 살기 싫다, 그래서 빨리 죽고 싶다 하는 이들 많이 본다.
죽음이 그들에게 그렇게 필요한 것이라면 언젠가 다가올 달콤한 죽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있어봐라 하고 싶다.
지금 당장의 고통이 너무 심해서 죽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할테지만, 그 고통을 언젠가는 멎게 해줄 네가 기다리는 죽음을 기다려 보라고 말할 테다.
정작 죽음의 순간이 그다지 멀지 않았다는 이의 삶은 우울하거나 고통스러울 새도 없다. 죽음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는 그 자신의 삶이, 삶의 시간이 소중하기 그지없으니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서두른다거나 스스로를 재촉해봐야 의미없음을 알고 있을 나이이니 그저 살아갈 뿐이다.
삶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거나 스스로를 너무 대단한 사람이라고, 또 그렇게 되지 못했으니 죽기전엔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그렇게 다그치지 말아라.
그렇게 한다고 안될 게 되지도 않고 어차피 될 거라면 바라지 않아도 되고 안될 거라면 몸이 가루가 되도록 혹사시켜도 되지 않는다.
뭔가 다 이루어놓았구나 하는 순간 사라지거나, 이루어도 이루어도 끝이 없어 도달하지 못하거나 하게 될 뿐이다. 도달한듯 무엇 할 것인가? 그렇다고 내 자신이 달라지진 않는다. 달라져 있을 것이라 스스로 착각할 뿐이지.
2월달엔 뭔가 열심히 살은 것 같은데, 남긴 게 별로 없다. 네이버에 블로깅을 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어디에 하든 다 부질없는 일인데. 다시 들여다 보지도 않을 것이기도 하고.
삶이 남아있는 동안 무엇이 되든 새로운 일은 일어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지 기다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다보면 그 달콤한 죽음의 순간은 바로 눈앞에 와있을지 모른다.
오늘 만났던 그 누군가가 나에게 혼자 아파하며 있지 말란다. 혼자 죽지 말란다. 자기가 돌봐줄테니 연락 달라고.
내가 더 오래 살게 될 것 같은 기분인데 그 앞에서 ‘너나 잘 살아라 쓸데 없이 아프거나 일찍 죽지 말고’란 말을 해줄 수는 없었으니 그렇게들 혼자서 집안에서 잘들 죽어나가는 세상인데 나라고 별 다를 것 있겠느냐 하고 말았다.
날 보면 스스로의 처지가 그다지 못하지 않음을 느끼면서 흐뭇한 웃음이 지어지는 모양인가보다. 글쎄. 누가 누구를 동정하고 누구를 불쌍히 여겨야 되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