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뻐 날뛰지 못 하는 것일까?

정상인의 무드라는 것이 나름 정의가 되어있는 것 같다. 평상시에 어느 정도 기분이 좋고 나쁜지에 관한 기준. 그래서 그것보다 못하면 우울(depressive disorder)하다고 하고 그것보다 많이 좋다고 하면 ‘조증(manic disorder??)’이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조증와 우울증이 반복하면서 일종의 양극단에 이른다고 해서 조울증 (bipolar disorder/manic depression)이라고 한다.

“Manic depression”이라고 하면 Jimmy Hendrix의 노래가 생각나는데, 이 노래의 내용은 사실상 남녀 사이의 관계가 조울증과 같은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실제의 병적인 조울증은 이 감정 기복이 더 잦다고 볼 수 있다.

좀 웃긴 것은 그냥 단순히 기분이 계속 업되어있는 것을 병적으로 취급하진 않는 것 같다. 그러니까 조증인 상태가 계속해서 지속된다면 이것을 문제시 삼지는 않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안좋은 기분이 계속 지속되는 것이라든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 것이 문제이지 좋은 상태가 계속 지속되는 것은 정상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상적인 무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기분이 계속 좋다는데 스스로도 병적으로 생각하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삶이란 것도 유한한 것이고 우리가 우리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하면 그냥 다 내려놓고 업된 기분으로 미쳐날뛰면 안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예전 기억을 떠 올려보면 딸아이가 아주 어릴 적 4월 이맘 때 동네 벛꽃이 만발했을 때다. 가족들이 다 같이 동네 벛꽃 구경을 나왔는데, 만발한 벛꽃을 보며 다 같이 기뻐하고 있었는데, 딸아이도 덩달아 기분이 엄청 업이 되었는지 벛꽃이 핀 길을 지치지도 않고 계속 열심히 뛰어다니던 기억이 난다.

하루 온종일 일에 짓눌려있다가 퇴근한 저녁 시간이었지만 딸아이가 기뻐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내 기분도 한 없이 즐거워졌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내 주위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면 나도 덩달아 좋아지는 것을 경험한다. 비록 사무실 구석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에도 뭐가 좋은지 잡담을 주고 받으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하는 이들이 있으면 같이 즐거워지고 싶고 어떻게든 내 기분도 업이 된다.

기왕에 살아있는 것이고 기왕에 나란 사람의 기분이 다른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 살아가면서 쓸데없이 어두운 척 하고 진지해져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구나 싶다. 절대로 쿨하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며 살아가야 할 이유란 것도 없다. 괴롭고 힘들면 사정 없이 울어버리고 즐거우면 기뻐 날 뛰는 것이 맞다. 내 기분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면 그것이 어른답지 못하고 철 없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도무지 무슨 기준에 의한 것인가?

슬퍼도 울지 못하고 기뻐도 즐거워 날뛰지 못하는 게 사람인가? 기계인가?

슬플 때 그 기분을 발산해서 주위를 어둡게 할 것이라면 집에 가서 혼자 울면 되고, 나의 기쁨이 다른 사람의 기분을 업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어차피 오래 살지도 못할 바에, 그렇게라도 세상에 기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나 혼자 기쁜 것보단 최소 1인 이상이라도 내 덕에 기쁘면 안되나? 꼭 기쁜 것을 참고 억누르고 억지로 안 기쁜 척 살아야 되나?

맨정신에 기분 업 되지 못하니 일부러 술을 마신다는 소린 잘도 하면서 맨 정신에 기분 업되게 컨트롤은 왜 못할까? 왜 멀쩡한 시절에도 분위기 잡고 진지하려고 애쓰는 것인가? 왜 웃음이 나오는 그 순간에도 참고 억누르며 지내는 것인가? 내 삶의 1초 1분이라도 더 웃고 즐기는 것으로 채우면 안되는 것인가?

삶의 즐거움이 바닥났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고 버릇이지 싶다. 그냥 맨정신이라도 내가 즐거움에 취해있다고 기뻐 날뛰어보자. 그렇다고 나한테 손해날 것은 1도 없다. 아이들이 기뻐 날뛰는 것은 ‘아이들이니까’ 하면서 왜 내가 기뻐 날뛰면 ‘미친 놈’이 되는 것인가? 나이 쳐먹은 것도 서러운데 기뻐 날뛰지도 못하는 것일까? 같이 즐거워 날뛰다가 넘어지고 무릎 좀 까지면 어떠냐 까짓거.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렇게 신바람 나고 즐거워서 무릎까질 정도로 좋았던 순간이 과연 나의 생에 얼마나 되었을까 싶다. 그냥 그게 매일 매일이 되도록 살면 안될까? 오늘도 잘 살았고 내일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으면 그것으로 너무 기뻐서 펄펄 뛸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