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asonic GX85...

작년까진 이런 저런 기타를 사모으다가 시들해졌는데 (그덕에 필요없는 기타를 다시 처분하느라 곤욕이다만), 올핸 이런 저런 카메라를 사들이고 있다. 카메라가 한 대도 없었던 (폰카가 있으니까) 시절도 있었고 카메라가 있어도 폰카를 쓰느라, 아니 폰카도 귀찮아서 쓰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찍을 게 많을 시절엔 카메라는 나몰라라 하고 지냈고 오히려 찍을 것들이 없어지니 카메라를 들이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매일 매일의 기록을 남기는 데 있어서 어떤 카메라가 좋을까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보고 나서 얻은 결론은 아무리 비싸고 좋은 카메라도 정작 곧바로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못 되면 다 의미가 없고 원치 않게 초점이 나가 있다거나 사용 방법이 까다로운 것도 역시나 의미가 없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다. 회질은 오히려 그 다음 문제이지 싶다.

GX85는 사실 그런 용도로 갖게 되었는데, 나온지가 오래된 것이라 생각보다 좋은 가격에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총평하자면 전반적으로 편리하고 성능이 좋은 카메라다 싶다. 다만 내가 이 카메라의 손떨방의 능력을 너무 과신했다 싶다. 손떨방 기능은 제법 괜찮은데 액션캠의 그것과는 비교불가였다. 역시 소문대로 4k나 FHD 동영상의 품질은 꽤 좋았다. 오히려 훨씬 비싼 기종들보다 더 간편하게 쓸 수 있으면서도 눈으로 보기에 더 좋은 결과가 나왔고, 무엇보다도 시간 제한/과열 문제 없이 안정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파나소닉 카메라들은 늘상 초점 문제가 제기 되는데 아무리 동영상 초점이 좋다는 기종을 써봐도 그 나름대로 헛짓하는 일이 있다. 카메라가 사람의 의도를 100% 알아맞출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이 카메라의 좋은 점은 single AF로 놓고 촬영하면서 필요에 따라서 터치 스크린 혹은 리모트로 초점을 잡을 수 있어서 동영상을 찍을 때 초점이 완전히 나가버려서 결과물을 다 버려야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AF-S를 해놓으면 촬영 중에 이상한 짓 (continuous AF를 안켰는데도 초점이 흐르거나 하는 일)을 안해서 좋다.

여행 중에 카메라가 딱 한 대이어야 하는데 비디오 클립과 스틸을 같이 찍어야 한다면 이 카메라지 싶다. 좀 더 쓰자면 액션 캠이 한대 더 있으면 좋고. 여태 정말 다양한 카메라를 써왔지만 (늙어서 그런가) 너무 기계적이고 따져야 될 게 많고 동작과정이 복잡하고 한 것은 시동 거는 그 자체부터 부담이라 이제 다 쓸모 없지 싶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단렌즈들도 대부분 처분했다.

소형 카메라들은 표준 줌이라고 하는 것들도 크기가 매우 작다. 사실 풀프레임 카메라를 위해서만 렌즈들이 거대(?)한데, 덕택에 들고다니기 부담스럽고 꺼낼 때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지 싶다. 사실 그런 카메라에 너무 신경을 쓰고 화질을 따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그지 없는 액션 캠 따위는 무시하게 되는데, 그 용도와 열악한 환경에서의 robustness를 생각하면 따라올 카메라가 없다고 생각한다.

액션캠을 두어달 사용해보니 오히려 여행용 카메라가 주는 도움보다 액션캠의 편리함이 더 크게 와닿게 되었다. 타자를 촬영해야 하는 스틸샷을 생각한다면 소형 미러리스겠지만 역시 내 자신을 촬영할 때의 편리함을 따지면 액션캠을 따라갈 카메라가 없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