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맥주 마시기 실험
Written by
Ke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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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달간 진행했던 생체실험(?)이다. 매일 5개 이상의 맥주를 마시는 실험이다. 혹시 나중에 이 사실을 모두 잊고 다시 하게 될지도 모르니 결과를 요약해 두려고 한다.
- 이 실험이 있기전 근 1년간 금주한 상태였다. 완전히 clean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가 시간이 너무 ‘dry’하단 생각에서 맥주와 함께하면 조금 즐거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실험을 시작해봤다. 대략 1주에 36개 짜리 한 박스씩 사다가 먹었다고 보면 된다.
- 열량이 낮은 lite beer도 마셔보고 알콜 도수가 좀 높은 craft beer라든가 일반 draft beer, pale ale, wheat beer 등등을 다 마셔봤다.
- Coors/Miller 계통의 맛은 lite와 lite가 아닌 것이나 메이커와 상관없이 다 비슷하고, 차라리 안 먹었으면 안 먹었지 돈을 주고 사먹을 맥주는 아니다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king of beer (not in taste, but in sales)라는 Bud 도 마찬가지로 돈 주고 사먹을 맥주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한박스씩 사다 놓고 마셔보면 금방 알게 된다.
- 곧바로 체중 증가가 찾아온다. 대략 캔 한 개에 140 kcal 정도의 열량은 기본이고 내용물이 좀 더 들어있는 고급 맥주 (craft beer?)는 좀 더 될 것 같다. 5개만 먹어도 700 kcal이고 잘 들어가는 날 10개 정도 먹는다 치면 1400 kcal가 그날의 여분의 열량으로 들어온다. 흡수가 매우 빠르고 다량의 물과 함께 들어오기 때문에 체중 조절 중이었다면 그 회복이 대단히 빠르다. lite는 열량이 작은 맥주이지만 너무 ‘물탄 맛’이 나서 여러 개를 먹다보면 결국 몸에 들어오는 열량은 더 많게 되기도 한다. 역시 돈 주고 사먹을 맥주가 되지 못한다.
- 지방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매우 빠른지 체중 증가와 함께 전반적으로 몸의 부피가 증가하지만 그 중에서 복부의 부피 증가가 매우 뚜렷하다. 다만 3달 정도 열심히 마신 것으로는 체중/몸의 큰 변화를 가져오긴 어려웠다.
- 하루에 10개 (대략 3.5L) 이하의 섭취로는 술이 가져오는 폐해(두통, 지능저하, 일상 업무 능률 저하, 인사불성 등등)를 경험하긴 쉽지 않다. 10개를 단숨에 들이킨다면 모를까. 실제로 그렇게 마시지도 않을 뿐더러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적어도 나의 주량으로는 맥주 캔 10개(3.5L)는 와인 반병을 비웠을 때의 대미지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 술 기운은 마신후 3-4 분 후에 찾아와서 대략 10분 정도 유지되는 듯하다 사라진다. 사라질 때의 뒷끝은 그다지 상쾌하지 못하다.
- 술 (맥주도 술이라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만)을 먹었다는 것에서 오는 ‘(무의식적인 압박으로부터)풀려남(?)’은 있지만 쓸데없이 용감해지거나 허언을 내뱉는 정도의 부작용은 없다. 다음 날 급격히 기분이 저하된다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효과도 없었다.
- 알콜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것에 비해서 운동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은 그것이 작거나 크거나 기분이 좋지 않다. 정말로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인지 과한 열량 섭취에 몸무게가 불어서 그런 것인지 알콜 후유증때문에 온 것인지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운동하고 싶은 생각을 떨쳐버리게 하고 하더라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생각을 가져다 준다. 3개월 동안 운동능력은 하강곡선을 그렸다. 이전에 10번 들거나 당기는 운동을 매일 매일 쉽게 할 수 있었다고 하면 점점 그 빈도와 회수가 줄어서 대략 7 정도로 떨어질 뿐더러 숨도 더 차고 뒤끝도 좋지 않다.
여기에 덧붙여서 찾아오는 부작용이 있다.
- 알코올을 섭취해도 정신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인생 내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마신 술을 통해서 그 ‘효과없음’이 인정된 바가 있다. 오히려 뚜렷한 악영향만이 있을 뿐이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스스로 나를 풀어주고 적당한 피드백만 들어온다면 그 이상의 효과를 분명히 얻을 수 있다. 땀흘리는 운동을 통해서든 적당한 학습을 통해서든 좋은 상대와의 대화를 통해서든 이보다 훌륭한 결과는 언제든 얻을 수 있다. 저녁에 한 잔이 생각나면 그 이후 찾아오게 될 ‘두통’, ‘판단 흐려짐’을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