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오염이 가져다주는 optical low pass filtering

내가 서울에서 살면서 아주 어렸을 때가 아닌 시절엔 아무리 화창한 날이라도 사진을 찍으면 ‘쨍’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 이후로 처음 한반도를 떠나 일본을 거쳐 유럽엘 갔던 시절엔 그 ‘쨍’함이라는 게 대낮 아무 때나 얻어질 수 있는, 아니 날씨 좋은 날은 새벽이든 저녁 무렵이든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쉽게도 그 시절 내가 일본에 들러갈 때는 장마철 직전이라 그다지 ‘쨍’하진 않았지만 공항이 도시 외곽(나리타)에 있었어서 신선한 느낌은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공기가 오염이 되면 공기의 막 그 자체가 optical low pass filter처럼 작용한다. 도무지 날씨가 좋은 날이라도 ‘쨍하다’라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그 ‘쨍하다’의 정의는 무엇일까? 글쎄 지금 내 눈엔 눈부시게 퍼붓는 햇볓이 사물에 반사되면서 나타나는 그 날카로움 (sharp/image with more higher frequency components?)이랄까. 서울에 살고 있는 동안엔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그 쨍함에 다가가기 어려웠다. 유럽이든 아메라카 대륙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도무지 문제가 무엇인가?

되도록이면 건조한 기후의 지역일 수록 ‘쨍’한 화면을 얻기 쉬웠다. 수증기, 즉 습도가 제법 있고 공기중 수증기 입자들이 많이 떠다닐 수록 흐리멍텅한 이미지를 얻는다.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쨍한 영상을 얻기 어려운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공기오염은 거기에 +로 작용하게 되는 듯 하다. 공기오염을 떠나서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약간은 흐리멍텅한 화면을 얻는다. 빛이 수증기 입자들과 마주하면서 이리 저리 반사되면서 low pass filer(blurry filter) 역할을 한 것이다. 오염된 공기 입자들은 그것을 보다 심화시킬 뿐이고 말이다.

아무리 sharp하다는 비싼 렌즈가 있으면 무엇할 것인가? 공기가 low pass filter를 겹겹이 만들어내고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