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허리 통증

다년간 허리가 아파봤던 사람으로서 운동과 허리 통증에 관한 썰을 풀어볼까 한다.

허리에 추간판 탈출? 파열이 생긴지는 정말 한참이다. 그 이후로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시작됐다. 사실 그전에도 약간의 허리 통증이 있었는데, 그것은 어찌보면 제대로된 추간판 탈출?파열?이 있기 직전의 전조증상이었지 싶다. MRI 사진을 보고 난 후에 경악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좀 아찔하단 생각이든다.

그 이후로 사실 가끔씩 (특히 겨울) 허리가 아팠던 것을 빼면 별 달리 큰 어려움 없이 잘 살아오고 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것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추운 겨울이 없는 곳에 와서 살고 있는 것이 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두번째로 꼽으라고 하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조금이나마 배워서 그게 근력으로나 자세로나 허리가 아프게 되는 원인을 줄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가 허리가 아프고 난 뒤에 듣기 시작한 얘기 중 가장 흔한 게 ‘넌 자세가 안좋아서 허리가 그 모양인 거야’라는 것이었다.

원래 운동을 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세가 좋을 이유가 없다. 몸에 갖춰진 근육 중에 대부분을 사용하지 않고 놔두기 때문에 점점 근력이 떨어지고 그게 몸의 자세 균형에 문제를 일으키게 될 수 밖에 없다. 정상적인 인간의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근육이 고르게 발전되어서 몸의 자세를 제대로 잡아주게 된다. 힘의 균형이라고 할까. 아주 쉽게 말해서 몸의 앞판을 구성하는 근육과 뒷쪽을 구성하는 근육의 힘이 평형을 이루게 되면 허리를 곧게 펴고 살아가듯 말이다.

나의 가장 큰 문제는 허리가 아파본 적이 없어서 허리를 아무렇게나 썼고 근력이란 게 제대로 있는 곳이 없어서 허리가 아플만한 자세를 자주 취했다는 것에 있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근력운동을 배우면서부터였다. 몸에 근력이 조금씩 붙기 시작하면서 자세가 비교적 정상적으로 회복됐다. 거북목이니 비뚤어진 어깨니 C자형 어깨니 하는 문제는 그 때 다 해결됐다. 자세가 정상적으로 돌아오게 되었음은 물론 안좋은 자세를 하고 있으면 오히려 몸이 불편해지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얼마나 오랫동안 안좋은 자세로 (그러니까 몸관리를 얼마나 하지 않았는지) 살아왔는지도 알게 되었다.

특히 스쾃이나 데드리프트를 배우면서 평소 내가 허리를 쓸 때의 동작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었는지 알게 됐다. 적어도 디스크가 터져보거나 허리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스쾃/데드리프트 자세가 엉망인 상태로 고중량을 다루게 된다. 그래도 허리가 멀쩡하니까 하는 것이다. 허리의 추간판이란 게 어느 정도까진 견뎌주다가 일단 터지면 그 이후로는 빠르게 퇴행하는 것이라 멀쩡할 때 잘 써야 오래 쓸 수 있는 것이니까 일단 문제가 생긴 뒤에 조심해봤자 수명이 크게 떨어진 뒤가 될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그러고 (엉터리 자세로 고중량을 다루고) 있는 것은 하늘이 도운 덕택이라 본다. 적어도 한 두 번 크게 아파본 사람이면 어떤 식으로 허리에 힘이 가해지면 문제가 생기는지 경험적으로 알게 된다. 따라서 스쾃/데드리프트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강조하는 것을 아주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분들이 강조하는 방법대로 자세를 취하면 엄청난 무게이지만 큰 통증이나 무리 없이 다룰 수 있게 된다. 물론 거의 빈봉부터 시작해서 자세를 잡게 되는 것이지만 일단 이렇게 자세를 잡기 시작하기만 해도 일상 생활에서 부상을 당할 일도 크게 줄어든다고 본다.

웨이트 운동에 슬슬 재미를 붙이면 체력을 과신해서 가끔 무리할 때가 있는데 나도 그 도중에 실수로 허리통증이 되살아나서 1달 넘게 빌빌했던 경험도 있다. 사실 그 이후로는 강도를 높여 운동하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몸짱에 목표가 있는 게 아니고 살아있는 동안 덜아프고 안전하고 덜 낑낑거리며 생활하게 하기 위해 근력을 붙여가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늘 꾸준히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얼마나 빨리 체력/근력을 키우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괜히 욕심 부려서 부상이 생기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만 못한 지경이 된다. 초반엔 대개 이게 잘 구분이 안된다. 조금만 운동해도 뭔가 몸이 뭔가 변화하는 것 같고 조금 더 무리하면 더 빨리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때문이지 싶다.

요새도 헬스장에 가고 있지만 누군가의 지도를 전혀 받지 않은 사람들이 겁도 없이 무거운 중량/다양한 운동을 시도 하는 사람들을 본다. 자세를 보면 기본적인 체력도 엾는 데 (이걸 수행능력이라고 하는 것 같다) 높은 중량부터 시작해서 살짝 깔짝거린다거나 아니면 전혀 힘을 들이지 않을 수준의 아주 낮은 중량으로 자극없는 운동만 하는 사람들도 보고. 어차피 이 사람들도 그러다 다치든 내내 진도가 안나가든 해서 경험적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라 그냥 바라만 볼 뿐. 나 역시 누군가를 지도할 입장은 되지 못하니까.

정리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