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늙어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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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덕택에 정말 오래된 60-70년대 밴드들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쉽게 말해서 70이 넘은 뮤지션도 월드 투어를 도는 세상이다. 더러는 거짓말 좀 보태서 전성기 시절 못지 않은 연주를 하고 있다. 비교적 악기를 담당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수명이 길어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은 경우도 왕왕있다.
얼마전 Metallica의 최근 라이브를 유트브로 보니 James Helfield도 이제 할배 느낌이 물씬나고 어렸을 적 최고의 드러머였던 Lars Ulrich가 박자를 심하게 절고 있는 연주를 보여줬다. 솔직히 말해서 서로 다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다 같이 인상 찌푸리고 입에서 욕 나올 수준이었다.
예전에도 가끔씩 좀 흥분한 것인지 박자가 많이 빨라졌다거나 기복이 좀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지 싶었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이분들이 80년대부터 활동했으니까 이제 거의 40년 가까이 밴드에서 연주해오고 있고, 열심히 투어를 돌 때는 거의 1-2일 간격으로 연주하던 것인데도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아니 그것을 완전히 떠나서 전성기의 엄청난 연주들을 보면 이게 그렇게 금방 이런 수준으로 떨어져 버릴 수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연습과) 노력은 재능을 이긴다’란 말을 생각해 보면 이 경우는 재능과 노력을 넘어서서 아예 평생 내면화한 일인데 이럴 수 있을까 하게 되는 것이다.
난 태어나서 한 번도 내가 재능 같은 거 타고 났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노력이 재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을 믿으려 하고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재능’이 없다면 노력으로 좋아지는 것에도 현격한 한도가 있고 조금이라도 게을러지면 예전만도 못한 수준으로 굴러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아예 노력으로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러니까, 원래 재능을 타고 났는데 스스로 전혀 관심이 없어서 그게 오래도록 묻혀있었다가 나중에 어쩌다 악기를 잡았더니 갑자기 빛을 발하게 되는 경우와, 이봐 반대로 아예 재능과 거리가 먼 사람이 뒤늦게 악기를 배우겠다고 수년간 매일 같이 연습하지만 막상 그 결과는 동네 유치원 아이가 악기 처음 잡아서 연주하는 것이나 전혀 차이가 없는 경우를 보게 되는 것이다.
비단 Lars Ulrich 뿐이겠나. 소위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던 것들도 다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드럼 신이던 Lars도 이렇게 되는 구나 하면서 그냥 인생 무상함을 느끼게 될 뿐. 인생을 통해서 쌓아올린다거나 모아둔다거나 하는 것은 애초에 아예 의미가 없는 것이구나 하는 것 말이다. 그래도 한동안 잘 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었다는 것도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구나. 인간이란 한때는 뛰어난 능력을 타고 나고 갈고 닦았다 교만해질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게 미약하고 허술한 존재라는 것 말이다.
이젠 그 옛날 멋진 드럼/기타/베이스 연주를 하던 시절은 악기로 서커스하던 시절로 가는 것 같다. 클래식 음악계는 그래도 아직 굳건해 보이는 걸 보면 좀 신기하기도 하고.
요샌 소위 ‘오토튠’도 실력이다 하는 시절 아닌가? 예전엔 오토튠을 대더다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오토튠 안댄 것처럼 할 수 있을까 열심히 마우스로 그림그렸던 것 같은데 또 그게 실력이었는데, 이젠 오토튠도 당당히 악기의 하나로, 오토튠을 대놓고 쓰지 않으면 안되는 오토튠을 대지 않으면 실력이 없는 것으로 인정받는 시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