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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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기분이 꿀꿀할 때 세차를 한다거나 집청소를 했던 기억이 난다. 열심히 뭔가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문득 오늘 차를 닦다가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매우 빠르고 손쉽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란 것이었다. 다시 말해 내가 원하는 것(때를 닦아 내는 것)을 쉽게 이룰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청소는 다른 일에 비해서 원하는 바를 매우 빠르고 쉽게 이룰 수 있을 뿐더러 그 결과가 곧바로 나타난다.
살아가면 살아갈 수록 뭔가 하고 있는 일은 많지만 그것의 진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아서 아무리 열심히 일했다 하더라도 그 성과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때가 많고 열심히 한 것과 그 결과는 정반대일 때도 많다. 대개 어떤 과제의 목표는 사실 너무너무 높아져서 나 혼자 매일 매일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전체 과제가 완료되기 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뿐더러 생각하지 못했던 안좋은 요소들도 늘상 작용하고 있으니 하루 하루의 작은 창에서 보면 그 진척도라는 것은 사실 0에 가깝고,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내고 과제가 완료되었더라도 사실 그냥 ‘됐구나’ 할 뿐이지 잘 되었든 말았든 관심도 멀어지게 된다. 내가 담당한 부분의 문제가 없었다면 더더욱. 만일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 일어날 수 있는 실수가 일어났다기 보단 대단히 골치아픈/존심 상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 된다. 해결을 했다고 해서 뭔가를 이뤘다기 보단 간신히 현상 유지를 하는 지경까지 왔다고만 느껴질 뿐.
물론! 그 누구하나 나한테 잘했다 수고했다 칭찬해주는 사람 없다. 일터에서는 그저 돈으로 보상해 줄 뿐. 생활하는 것으로 보자면 의도하지 않았던 실직으로 내 계좌가 생활비로 펑크나지 않고 멀쩡히 굴러갔을 뿐.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데 정작 그 일을 하고 있는 내가 보기에도 아무런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상태에서 매일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워낙 게으르게 관리했던 차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차의 기술이 늘어서 그런 것일까 고작 10분 열심히 세차해주고 나니 전혀 다른 차가 되었다. 기계 세차에 들어갔다면 더 짧은 시간에 더 완벽하게 씻겨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