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s guitar의 재미

베이스 기타는 지금 껏 5개 정도 사고 팔고 했던 것 같다. 팬더 카피 2개, Ibanez soundgear 2대,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베이스이다. 그동안은 베이스의 재미를 모르고 가끔씩 만지다 말다 했던 것 같다. 베이스 용 가상악기 샘플 중에 쓸만한 게 없어서 베이스를 샀고 그래서 필요한 녹음만 재미로 하고 나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반면 지금 가지고 있는 베이스는 그 4개 중에서도 가장 싼 것이기도 하고 100불에 아무 기대없이 구입한 나의 첫 5현 베이스 기타이기도 하다. 그 전에 가지고 있던 것들 중에서는 400불 아래에 것이 없었으니까 악기로는 수준이 형편이 없어야 맞을텐데 그게 그렇지 않다. 액티브가 아니라도 좋고 프리앰프가 없어도 좋고 고가의 메이커가 아니라도 좋다. 버징 안나게 넥 잘 조정해놓고 튜닝만 잘해서 쓰면 된다. 튠이 잘 틀어지지도 않는다. 더구나 Ax8를 갖게 되면서 녹음하기도 좋고 연습을 하기에도 좋은 환경이 마련된 것이 크기도 했다.

4현 베이스를 살까 5현 베이스를 살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나처럼 베이스 한대 가지고 이것 저것 다 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면 5현 베이스를 권한다. 4현만 3대를 가져보고 5현을 가져보니 낮은 음역에 줄 하나 더 있는 게 이게 매우 도움이 된다. 물론 줄의 장력이 낮고 굵어서 또 음이 낮아서 둔탁한 소리가 나기도 하고 너무 낮은 나머지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베이스 기타의 장점은 대부분의 대중음악의 베이스가 생각보다 느린 단선율이라 귀로 듣고 따고 외우고 배우기 쉽다는 것이다. 베이스의 한음 한음은 코드를 그대로 카피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고 분수 코드인 경우에도 듣고 따기에 좋다. 기타가 들어가지 않는 곡이라고 하더라도 베이스는 대부분 들어가 있고 (일렉베이스이든 어쿠스틱 베이스이든 신스 베이스이든) 곡의 구조, 흐름, 코드 진행에 대해서 더 빨리 학습할 수 있다.

여기에 비하면 기타는 리프, 솔로에 들어가는 테크닉에만 너무 몰두하게 되어 곡의 구조와 흐름을 학습해서 나중에 좋은 곡을 쓰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는 사실 많이 취약할 수 있다.

또 별 다른 준비 없이도 바로 시작할 수 있고 베이스 라인이 특별히 너무 복잡하고 리듬이 어려운 곡이 아니면 곧장 듣고 따고 쉽게 학습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너무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 정박에 코드의 근음만 잘 때려줘도 적어도 욕 먹을 일은 없다. 소위 그루브를 제대로 타면서 경과음을 이쁘게 잘 넣어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해서 욕을 먹을 일은 없다. 또 베이스 음을 대개 그렇게 열심히 듣지 않는다 (물론 잘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만). 자신이 베이스를 연주해보기 전엔. 기타나 보컬은 많은 노력과 연습을 해도 못한다는 소릴 들을 확률이 높은 반면 베이스는 템포 키핑만 잘하고 있어도 그럴 일은 없다. 또 그걸 제대로 못했다고 하더라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

여럿이 밴드를 만들어 연주할 때 베이스는 빠지면 안되는 파트이기 때문에 알짜 땡보직 파트라 봐도 되지 싶다. 그러니까 곡의 전체(곡구성/코드/리듬)를 그 누구보다 빨리 학습할 수 있고 욕먹을 확률도 낮고 희소성이 제법 있어서 경쟁률도 낮고 짤릴 확률도 낮다. 건반 파트가 좋은 밴드면 건반으로 쉽게 대체 당할 수 있긴 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