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B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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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맥주를 담궈먹을 수 있는 가전 제품이 나왔다고 한다. 얼마나 팔리게 될지는 모르지만 400만원 가까이 하는 것으로 봐선 일반 대중을 상대하려는 가격은 아닌 듯 하다.

맥주의 원료는 파우치에 들어있는 몰트와 이스트, 설탕(?)이 들어있는 캡슐을 구입해서 그 장치 안에서 brew해야 하고 기간은 짧게는 9일에서 20일 넘게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400만원가까이 하는 이 장치의 주 용도는 적정 온도에서 맥주를 brewing할 수 있게 온도 조절 장치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다 만들어진 맥주를 내보내주는 밸브도 달고 있고 발효시에 탄산가스가 과해서 폭발하거나 반대로 너무 새어나가서 김이 빠지지 않게 압력을 잘 조정해주는 기능도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사용자가 순수하게 공급하는 것은 오직 물과 전기가 된다.

맥주의 종류는 현재 구할 수 있는 것은 5종으로 IPA, Pale ale, Wheat beer, Pilsner, Stout가 되는 것 같다. 한번에 담글수 있는 양이 5L (그러니까 330ml짜리 한병으로 생각하면 대략 15병) 정도라고 한다.

이게 한 종의 맥주만을 담글 수 있으니까 이것 저것 맛보려면 여러 대가 있어야 하고 한번 담궈놓은 것을 다 먹으면 10일 넘게는 먹을 수 없으니까 자동적으로 음주를 절제할 수 있는 기능도 갖고 있구나 싶다. 다시 말해서 모든 게 준비되어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마실 수가 없고 여러 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엔 한 번 담근 것을 다 마셔야 다음 batch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인내심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나처럼 인내심이 없는 사람은 동네 코스트코에서 파는 맛난 맥주를 박스째 들어올릴 힘이 남아있는 한 뭘로 따져봐도 이 물건을 살 일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수제맥주’ (craft beer)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가 흔히 마시는 맥주들이 주로 쌀이나 옥수수를 malt로 쓴 것이고 탄산을 강제로 주입 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지 싶다. 대량 생산해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싶다만. IPA/PaleAle 같은 데 맛을 들이면 (내가 그렇게 됐다) 그냥 흔한 버드와이저나 밀러, 쿠어스 따위의 맥주는 맛이 없어진다.

쉽게 말해서 그냥 구수한 맛을 내는 음료에 약간의 알콜을 더하고 탄산을 더해놓은 즉석 탄산음료구나 하게 된다. 취하지도 않고 맛은 없으면서 열량은 높고 그래서 계속해서 마셔도 배만 부르고 살만 찌게 할 뿐인 맥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네 costco에서 craft beer 24병 한 박스를 20불에 가져다 마실 수 있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마실 수 있을 때 맘껏 마시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