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이먹으면 살이 찐다고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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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래도 이것에는 ‘나쁜 기억력’이 작용한다고 하고 싶다. ‘호르몬’ 이니 ‘(노화에 따른) 대사량 감소’라기 보단 말이다.
일반적으로 통하는 상식은 ‘에너지 보존 법칙’이다. 즉 우리가 먹은 에너지만큼 우리 몸이 사용하고 남은 것은 저장한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따져보자면 많이 먹지 않으면 살이 찌지 않고, 살이 찌지 않았다면 많이 먹지 않는단 말이 되는 것 아닌가?
흔히 생각하기로는 ‘어렸을 땐 아무리 많이 먹어도 찌지 않았는데…‘하는 것이다. 이 경우 위의 에너지 보존 법칙이 성립하려면 어렸을 땐 먹은 것을 별로 저장하지 않는다가 되어야 한다. 성장하느라 섭취한 에너지를 저장하지 않고 거의 소모한다라는 말도 말이 되질 않는 게 성장하면서 뼈와 살이 늘어나기 때문에 어떻게든 체중 증가와 이어지게 된다.
그렇게 보면 결국 많이 먹으면 몸무게가 불어나는 것이고 적게 먹으면 빠지는 것이다. 물론 적절히 먹으면 몸무게가 유지되는 것이고.
결국, 나이가 들어서 대사량이 감소한다기 보단 나이가 들면서 (알게 모르게) 더 많이 먹고, 활동량은 어렸을 때보다 줄어든다 라고 해야 살이 찌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내 경우, 성장이 멈춘다고 하는 20세를 기준으로 봤을 때 그 이후 6-7년간 몸무게의 변화는 별로 없었다. 이 기간동안 내 식이/생활 패턴은 대부분 비슷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몸무게가 불면서 몸이 커지기 시작했는데 생각해보면 다음의 변화가 있었다.
- 차가 생겼다.
- 오래 걷거나 서있거나 하는 빈도가 급격히 줄어든다.
- 무거운 물건을 직접 운반할 일이 줄어든다.
- 결혼을 했다.
- 공부/취미에 몰두할 수 없어지는 대신 먹는 시간이 늘게 된다.
- 하루 세끼 외에 안하던 간식을 했다.
- 가족이 외식을 하는 빈도가 늘었다.
- 탄수화물 섭취가 늘면서 식탐이 생기게 되었다.
- 취업을 했다.
- 집 근처로 오는 회사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 배고프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게 된다.
- 회사 음식 맛이 좋아서 점점 더 과식을 하게 됐다.
- 직업 특성상 온종일 책상에 붙어 일을 한다.
- 야근은 거의 매일 있는 일이 된다.
- 틈틈히 회식을 했다.
-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 회사에선 회사 스트레스, 집에오면 가정사로 스트레스
- 운동할 의욕은 여간해서 생기지 않는다.
- 몸무게가 늘면서 활동하려는 의욕은 점점 줄고 누워지내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 근력이 눈에 띠게 줄어드는데 스트레스로 스스로에 대한 관심이 줄게 되니 알지 못한다.
사실 이렇게 늘어난 식사량은 이후에 별로 줄어들지 않았고 줄어든 활동량은 늘지 않았다. 다만 잠시 합숙 생활 (훈련소/연수소)을 했을 때를 떠올리면 이전에 비해 활동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간식을 하지 않는 덕택에 체중 감소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서 잠시나마 20대 초반의 몸무게로 돌아갔던 적이 있긴 했다. 업무상 출장을 다닐 때마다 (잘 먹는다고 해도 간식을 먹지 않고 신체활동이 증가하여) 몸무게가 줄어든다. 물론 복귀하면 평소 수준의 활동량/식사량으로 돌아가다보니 본래 몸무게로 돌아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오는 변화라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일 뿐, 지속되는 직장 생활 때문에 활동량이 계속해서 줄어가는 방향으로 유지되고 반대로 과식과 음주 습관이 붙게 되면서 체지방량은 계속 늘어간다. 분명히 생활 습관은 20대 초반에 비해서 엄청나게 달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이 찐 것(체지방이 늘게 된 것)에 대한 모든 원인은 ‘노화’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오히려 노화가 심화되는 50대를 넘어가면 살이 붙게 되기 보단 식이조절/몸관리 (근력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 소화력 저하, 근육량 감소가 뚜렷해져서 대부분 마른 체형이 되어간다.
한줄로 정리하면 식사량/활동량의 뚜렷한 변화 없이 체지방 감소는 일어나지 않는다. 노화에 의한 영향? 글쎄 60대에도 적당한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유지하는 멀쩡한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