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새로운 음악 커버치기
on
베이스 기타 (bass인데 왜 베이스라고 써야지 자연스러운지 모를 노릇이다)를 만지고 나서 달라진 점을 꼽아보라면 이젠 어떤 음악을 듣고 그것을 커버링 (따라 연주하기)하는 게 곡 전체를 커버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하다못해 전자 드럼셋도 없는 까닭에 100%라고는 못해도 키보드 + 기타 + 베이스까지는 커버하게 되니까 그러하다. 드럼은 대부분 그냥 키보드로 찍는데, 아쉬운 것은 드럼을 실제로 다루지 않으니까 미묘한 맛을 살려내지 못한다는 것이긴 하다.
어쨌든 예전에 어떤 노래를 듣고 커버치는 것은 주로 기타에 대한 것이었으니까 기타 연주의 비중이 높은 것을 찾아듣고 (기타를 위한) 배킹 트랙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미디 파일을 찾아다가 거기에 베이스/드럼 샘플을 입히고 적당한 키보드 패치 (혹은 적당한 가상 악기)를 찾는 게 주된 일이었다면, 지금은 먼저 베이스를 듣고 커버쳐보고 만만하다 싶으면 드럼 미디 쳐넣고 베이스 –> 키보드 –> 기타의 순으로 마무리한다.
어차피 나혼자 재밌자고 하는 일이니까 하는 것이긴 하지만, 기타 하나로 노래를 배우는 것 보단 베이스를 곁들이는 게 훨씬 좋다. 연주의 정확도를 따진다면야 미디가 칼박에 들어가게 되니까 그런 면에선 우수하지만 곡 전체의 골격을 파악하고 적당하는 화음을 넣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역시 베이스라인이구나 싶다. 다시 말해서 베이스 라인을 잘 따라갈 수 있게 되면 어떤 코드를 붙여야 할지 알게 되고, 그렇게 해서 키보드 붙이고 기타를 붙이면 대부분은 완성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냥 음악을 들을 때 대부분 베이스는 잘 안들리기도 하고 그래서 못 듣는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베이스를 빼버리면 엄청 썰렁하고 혹여 박자라든가 음이 어긋나면 그게 잘 안들리니까 티도 안나겠지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생각보다 베이스를 정박에 잘 때려넣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것도 느낀다. 그러니까 기타 같은 것들은 정박에 잘 때려넣지 않아도 오히려 덜 티가 나는 것에 비해서 베이스는 드럼과 거의 동시에 들어가줘야 듣기 좋고 펀치감도 살아난다. 메탈이나 하드록이면 기타 리프와 정확히 맞아 떨어져야 펀치감이 살아나는데, 대부분 빠른 곡이 많으니까 이 호흡을 잘 맞추기도 쉽지 않은 거구나 싶고.
베이스는 피크로 연주하면 쉽긴 하지만 어떤 그루브 감을 주는 것에 있어서는 손가락을 튕기는 것을 따라갈 방법이 없다는 것도 재미난 일이다. 기타처럼이나 핑거링을 하면 오른 손으로 적당히 뮤트를 할 수 있어서 그런 맛이 있는 것인데, 잘 들리지도 않는 베이스로도 어떤 음악의 분위기를 다르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이찌되었든 매주 1개씩 새로운 노래를 배워가는데, 베이스를 곁들이면 곡 전체의 코드 진행/구성/흐름도 쉽게 외워지고 말 그대로 노래를 ‘배우게’ 된다. 기타만 커버칠 때는 전혀 얻을 수 없었던 수확이다. 1년이면 52개인데 대충 30 여개만 매년 건저도 대단한 일이니까 ‘왜 진작에 몰랐을까?’ 하는 섭섭함은 생긴다.
오전에 쓰지 않는 기타를 누군가에게 넘겼는데, 밴드를 한다는 어떤 베트남 분이었다. (가격을 엄청 싸게 내놓기도 했거니와 설명도 충분히 했음에도) 양심상 넘기기 아까운 기타였는데 흔쾌히 가져갔으니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