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밸런타인 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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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상품 불매가 한창인 시절에 어떤 chocolate 체인하나가 철수했다는 기사를 보다가, 뜻하지도 않게 떠오른 chocolate 브랜드다. 분명히 맨정신에서는 생각날 확률이 0인 그런 희귀(?) 아이템이다. 물론 나란 사람의 인생에서. 그냥 한국에 쭉 살았다거나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쭉 살았다면 알 수 없는 그런 chocolate 브랜드 라고 보면 된다.

구글링해보니 일본에도 그다지 판매점이 많지 않은 그런 브랜드였지 싶다. 이걸 선물 받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말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두 세번 선물 받아본 기억이 있다. My sweetest girl friend로 부터. 갑자기 이것 저것 기억의 저편에서 닫혀있던 상자가 열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얼굴 보던 그 때까지도 이야기 해주지 않던 것이지만 이젠 그냥 이해가 될 것만 같다. 정말 수많은 날 수많은 순간 생각하며 살아왔으니까. 또 더불어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선물들을 샀을지. 또 그에 대한 응답으로 내게서 받았던 선물의 비루함도 아울러. 나란 사람의 초라한 인성도.

그래, 사실 그런 큰 격차만 따져봐도 서로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인데, 무슨 인연인지 서로 알게 되었고, 그렇게 삶의 한 자락을 공유할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단지 나에게 좋은 기억 남게 해주어 너무 감사하다 란 말 밖엔 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어림도 없는 바램이긴 하겠지만 그녀도 내가 받았던 기쁨의 1/3만큼은 그랬길 할 뿐이고.

덕택에 난 그렇게 나의 20대를 전부 날려먹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은 나에겐 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엔 더더욱 없을 거란 생각에 내내 갇혀지냈다. 30이 다 되고 나서야 난 적절히 타협하는 법을 깨닫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떻게든 우울하고 재미없지 않으려고 다들 이렇게 저렇게 타협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은 것이다.

아마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2월 14에도 많이들 생겨나겠구나 싶다. 부디 그 사람들은 나와 같은 결말을 맞이 하지 않길 바랄 뿐이지만, 그럴리가 없을테니까, 그래서 그렇지 못하더라도 또 비록 짧은 순간이 될지 몰라도 행복했던 기억을 남겼다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길 바랄 뿐이다. 허튼 생각일랑 말고.

분명히 그 사람이 내 삶에서 사라지고 나면 ‘난 뭐하러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하게 될 거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다시 오진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온 것을 감사할 때가 꼭 다시 올 거라고 본다. 살아가는 거 그냥 버티고 숨만 쉬면 되는데 힘낼 것 까지 없다고 본다. 그냥 숨이나 대충 쉬고 있으면 살아는 지고 시간은 간다. 그 순간에 버금가는 순간도 절대로 다시 오진 않지만 힘들었던 만큼 적당히 나와 타협하는 기술을 터득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수십배로 힘들어진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까.

이 Chocolate의 맛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오직 저 귀여운 소녀를 떠올리는 어렴풋한 실루엣과 그 이름이 매리라는 것, 뭔가 chocolate이라 달콤했던 것만 기억의 한구석에 남아있었듯,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이후로 내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괴로움보단, 짧았지만 기쁘고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어 감사할 뿐이다.

지금도 괴로운 순간을 보내고 있거나 보냈던 이들은 ‘왜 하필 만나게 되어서 이런…‘이란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행복했던 순간이 너무도 짜릿했기에 그 결말이 쓰디썼을 뿐이라 생각해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