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k (1994)
Written by
Keith
on
on
‘아주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면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만큼의 즐거움이 생겨날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 영화를 다시 봤다.
물론 답은 전혀 아니다가 맞다. 영화속의 즐거움이라는 게 어떤 특정 장면에서의 기발한 발상에서 오는 게 많은 편인데, 사실 오래된 영화면 그것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을리 없으니까 사실 그 점을 노렸다고 봐야하는데, 두뇌회전이 느려져서인 것인지 아니면 더 매의 눈이 되어서인지 처음 봤을 때의 포복절도함이 다시 생기진 않았다.
주요 등장인물의 최근 모습을 알고 있는 터라 그저 단지 세월의 무상함만이 느껴졌다. 25년이 넘은 영화이니까 뭘로 보든 어설프기 짝이 없고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이걸 따진다는 자체가 뭐하지만) 무엇보다 가슴 한편이 허한 느낌을 받았던 것은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몰입해서 포복절도 했던 예전의 나와 너무 달라진 지금의 나 때문이 아니었나 했다.
예전 같으면 ‘와 저럴 수가 있나?’ 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지금은 ‘그림책에나 나올 법한 등장인물’, 혹은 ‘현실 상황의 매우매우 순한 맛이네’ 하고 느끼는 것 부터.
영화 ‘조커’에서 그려내는 현실이 사실 지금 현실과 별 다를 바 없다라고 생각하는 게 지금의 나라면, 아마도 과거의 나는 말 그대로 가상의 도시 ‘고담’라고 생각했겠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