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김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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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살을 빼야겠다는 강한 욕구에 힘 입어 내 세끼 혹은 두끼 식사는 대부분 단백질 위주였고 실험단계에 따라 지방(키토제닉 다이어트)을 많이 먹었던 적도 있고, 그냥 탄수화물만 엄청나게 제한해서 먹었던 때도 있다. 쌀밥으로 식사를 한 적은 그 이후로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3-4년이 지나고 나니 귀찮음 때문에서인지 지금은 다시 예전 한국 사람의 식단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러던 중 얼마전부터 김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솟구쳐 costco에서 팔고 있는 seaweed snack을 사다 먹어봤다. 이 동네 사람들은 이게 밥도둑이란 것을 잘 모르는지, 이 소금이 뿌려진 조미김을 간식으로 단품으로만 먹는 모양이다.
어쩌다 한국에 들렀다가 초밥집에서 나도 모르게 먹었을 약간의 김을 빼면 4-5년간 김 구경도 못해봐서 그런가 그냥 쌀밥에 싸먹기만 했는데도 이 조미김은 정말로 만족도가 엄청났다. 이 좋은 맛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되다니 정말 지금까지 살아있길 잘했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알고보니 김에는 많은 양의 글루탐산염이 들어있다고 한다. 자연 식품에서 이 글루탐산 성분이 가장 많이 함유된 것이 다시마이고 그 다음은 파마산 치츠로 알려져 있는데, 김은 대충 3위쯤 된다고 한다. 그저 글루탐산 나트륨을 많이 먹었다고 살아있길 잘했단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돌려말하자면 별 다른 맛이란 게 없는 조미간장에 밀가루 우동면으로 대충 끓여놓고 거기에 김가루를 잔뜩 뿌려 먹으면 적당히 먹을 수 있는 맛이 되는 (이걸 하이면이라고 했다는 것 같다) 것과 같다. 예전 내가 알던 누군가의 말의 의하면 김을 넣어 맛을 내는 요리사는 실력이 0이라고 하던 것도 떠오른다.
밀 자체에도 글루탐산의 함유율이 꽤 높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쓰오부시+다시마 (=초강력 자연 조미료)를 우린 간장에 밀면을 말아먹는 것만으로도 (메밀소바?) 어느 정도 먹기 좋은 수준의 맛으로 올라오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치트키인 김가루를 넣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나트륨과 탄수화물 위주의 끼니를 감내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가정식 백반(쌀밥, 달걀부침, 김치찌개, 김, 그외 몇 가지 밑반찬)을 만들어 먹는 게 한국 사람인 나에겐 가장 훌륭한 식사방법인 것 같다. 한국인의 식사에 김이 빠지면, 정말 김 빠진 식사가 되는 거다. 그 동안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