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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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앉아있으니 누군가 좋은 얘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뭐가 좋을까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오디오 북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유튜브에도 오디오북스러운 컨텐츠가 있겠구나 해서 찾아보니 몇 개가 얻어걸려졌다.
어차피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만을 취하지만, 유튜브가 보는 입장에서는 하나의 컨텐츠가 장시간 사용자를 붙잡아두고 있는 것이니까 유튜버 입장에서 수익을 올리기에 이만한 것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지 오디오만 신경쓰면 되는데 이미 대본은 책에 쓰여있으니까 목소리만 좀 매력적이고 읽는 연습이 적당히 되어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물론 그 수요가 많다는 가정하에. 컨텐츠가 늘어날 수록 읽는 기술도 발전할 수 있을테니까.
무엇보다도 이게 수익위주로 흐르는 분위기라 제목 낚시로 돈을 벌려는 작가 + 출판사 + 유튜버의 흐름이 되는 것 아닐까 했는데, 역시나 그게 맞다. 저작권 문제가 있으니까 책 내용의 전부를 읽어줄 수 없고, 그렇다보니 인터넷 서점에서 공개된 맛보기 정도만을 읽어주어 관심있는 이들에게 책을 사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 특히, 읽어주는 속도가 빠를 이유가 없으니까 유튜버 입장에선 구독자를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이 얼마 없더라도 오랫동안 붙잡아둘 수 있으니, 결국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그러나 구독자에겐 별반 영양가가 없는, 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미안하지만 시간 낭비성의 컨텐츠라는 결론이 나게 된다.
실속파들은 이런 컨텐츠는 자장가의 효과가 있으니까 그렇게들 활용을 하는 것 같다. 나처럼 혹여나 영양가 있는 누군가의 삶의 지혜라도 얻어듣는다면 좀 보탬이 되지 않을까하고 듣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냥 손에 쥐어줘도 읽지 않을 처세술/심리/에세이 따위의 책을 음성으로 듣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기대를 하고 계속 듣고 있으면 ‘이 세상에 정말 쓸데없는 책도 어마어마하게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유튜브의 이런 시간 소모성의 낚시 컨텐츠는 이것 말고도 무궁 무진하게 많다. 내가 그 중 대표로 꼽는 것은 심리학 컨텐츠를 담고 있는 psych2go라는 채널이다. 시작할 땐 뭔가 좀 그럴 듯 해보였는데, 돈 맛을 좀 보고나니 컨텐츠를 거의 미친듯이 쏟아내는데 여전히 1M view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허한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고, 책을 정말 어쩌다 한번 읽는 사람들은 그것을 자랑하려고 독후감도 쓰는데, 그런 사람들의 노력이라든가 성의라든가 생각하면 쓰레기를 출판한다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책은 느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내가 너무 순진하다보니 저술/출판이란 것도 이제 다 돈이 망가뜨려놓은 영역이라 어차피 그렇고 그런 것인데 아직도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것일지도.
교수와 인터뷰를 하거나 하면 늘상 그의 뒷 배경이 엄청난 책장이듯이, 진정 지식이란 것, 또 마음의 양식이란 것을 과시용으로 생각해서 이름 좀 날린다면 쓰레기급의 책을 제목 낚시와 함께 써내고, 또 그렇게 과시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렇게 그 의미없는 책들을 사놓고 책장을 장식하는 것이겠지.
‘넌 살면서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써왔길래 저술/출판의 위대함을 폄하하는 소리를 하느냐?’ 할텐데, 본인에게 해당 사항 없으면 그만 아닌가? 진정한 마음의 양식을 얻고 싶어 책을 구입했고, 열심히 읽었고, 그래서 많은 것을 얻었고, 그래서 그 소중함을 남겨두기 위해서 책장에 꽂아두고 있다 하면 그만이다.
살아가는데 뭐 그리 많은 마음의 양식이 필요할까? 타인에게 내 자신의 현학적인 모습을 과시할 용도가 아니라면. 누군 단식하고 정자세로 가부좌하고서 깨닫는다는 삶의 진리인데. 어려서 부터 양질의 교육을 받아왔고, 또 그분들 보다 더 오랜 기간 학교도 다녔고, 또 그분들보다 훨씬 더 편하고 좋은 환경/자세로 지내면서 매일 매일 잘 먹고 잘 자는 우리들은 그 분들보다도 훨씬 더 많은 진리를 깨닫고 뭔지 모르겠지만 그 ‘마음의 양식’이란 것도 스스로 생산해낼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