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밖에 나가보니..

covid19 때문에 집에 갇힌지 3개월이 넘어가고 있는 와중에, 하지 않던 야간 산책을 해봤다. 대낮엔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엄두를 못 내고 저녁에도 제법 덥기에 오후 8시에 산책을 나갔는데, 역시나 하지 (summer solstice)이고 이곳의 위도가 있다 보니까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깜깜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대략 2-3km 정도를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8시경에 길에서 사람 두어명 마주친 것 외엔 경비 용역 업체 사람인 듯 해보이는 사람이 차 안에서 감시(?)활동 하는 것을 본 게 전부다.

길에 버스도 가끔씩 지나다니는데, 운전사 말곤 아무도 없고 길가에 오가는 전차도 오직 기관사 뿐이었다. 오가는 차를 보면 무슨 일로 나와서 어딜 가고 있는지 모를 것들만 보이고. 식당들은 픽업/배달만 가능하다 붙여놓은 것들이 제법 보이는데 가게를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는 식당도 보였다. 그 안에서 식사하는 사람들도 제법있고 바깥에 나와서 한잔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종업원 몇몇을 빼곤 그 누구도 마스크 비슷한 것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이런 상황을 그린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아니 영화가 아니니까 훨씬 이상한 분위기가 실감이 날 뿐이다. 분명히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또 있어야 할 곳인데, 지금은 어디서든 사람은 구경도 할 수 없고 그냥 내내 썰렁하기만 한 분위기니까 말이다.

저녁엔 외지에서 출장온 사람들이 짐가방을 끌고 숙소로 가는 모습도 제법 많이 보였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들 조차도 구경할 수 없다.

확실히 covid19이 전파되고 나서 느낀 점이 참으로 많다.

인간의 권리 존엄성 같은 거 엄청나게 중요시 생각하고 떠들어대고 있지만, 막상 그보다 더 중요한 인간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 순간엔 돈 문제/공공의 문제가 더 먼저 결부가 되고, 그래서 빨리 치료받고 격리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뭔가 아프면 (다른 사람한테 옮기면 안되니까) 밖에 나오지 마라, 집에 있어라 (그러다 심해지면 조용히 죽어라?) 하는 말들이 나오는 걸 보면서 이게 원래 인권이니 하는 것들을 부르짖던 이들의 생각인건가? 했다.

다들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살아간다고 나는 생각해왔는데,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방어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 걸리면 걸리고 아니면 말지 뭐 이런 생각인 것 같다고나 할까? 더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부르짖으면서 타인의 생명의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난 안 걸렸으니까/걸릴리 없으니까’하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막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감염자의 비말이란 게 입자가 워낙 작아서 마스크를 뚫기에 충분한 것이 아닐까? 또 공기중 전파가 생각보다 더 쉬운 것은 아닐까 (노래방 감염을 보면 그렇다) 생각해보면 많은 이들이 동시에 사용했던 사무실 공간 같은 곳도 오가는 게 심히 꺼려지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재택근무가 떨어지던 그 시절에도 이미 종업원의 일부가 감염이 되었던 것을 떠올리면 (물론 같은 건물에 있진 않았지만), 더 그러하고. 사실 따지고 보면 12월 경에 해외 출장을 다녀온 이들이 감기로 꽤 고생을 했던 것도 간과할 일이 아닌데, 막상 그 시절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covid 19이 이 지역에 수면위로 떠 오른 것은 2월 말 정도였으니까 사실 2개월 정도는 뭐가 뭔지 모른 채로 그냥 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게 결론을 내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