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OS 11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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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OS에 처음에 발 들인 게 10.6 버전때였던 것 같은데, 인텔맥으로 전환되고 10.6에서 아마 엄청나게 많은 해킨 사용자들이 늘어났으리라 생각된다. 난 당시 사용하던 PC가 윈도우즈에서 너무 답답하게 돌고 있어서 퇴역시키고 새것을 사야하나 할 때였던 것 같은데, 어차피 퇴역시킬 물건 macOS라도 한번 올려보자라는 심산으로 도전했던 것 같다.
결과는 예상과 달리 퇴역시점의 하드웨어가 답답함은 전혀 없이 너무나도 부드럽게 구동되면서 해야할 일은 오히려 더 빠르게/착실히 잘 해내는 그런 모습을 보고 너무 반해버려서 Ryzen CPU를 사용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해킨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번 버전은 Ryzen PC위에서 하는 판 올림인 까닭에 한방에 곧바로 설치로 가지 못하고 qemu의 힘을 빌어 설치하고 boot kernel의 위치를 살짝 속여서 부팅에 성공했다. Geekbench에 이제 막 Ryzen + MacOS 10.16 (11이라고 하는데 내부에서는 10.16으로 보고한다) bench score가 올라오는데, 내가 올리는 것보다 좋은 점수가 올라오는 걸 보면 좀 신기하다. 분명히 같은 하드웨어로 Linux에서는 훨씬 높은 점수가 나오는데 말이다.
이로써 내 평생 통산 MacOS 10번째 판올림을 해봤다. 자랑스럽다 할 일은 못 되지만 물론 그 어떠한 판 올림도 해킨으로 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까 가만히 앉아서 업데 버튼을 누르면 모든 게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Mac 보단 훨씬 재밌다. 사실 이렇게 MacOS가 판올림을 할 때마다 해킨 세계의 활동량은 갑자기 늘어나고 새로운 개념들과 이야기가 쏟아지니까, 아무리 해킨이라도 버튼 한번 누르면 대부분 별탈 없이 업데가 이루어지는 약간씩의 판올림을 하는 것 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매번의 판올림이란 게 엄청나게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개념적인 변화가 있어왔다. UI의 변화는 대부분 애플 제품들끼리의 서로 따라잡기스러운 변화였던 것 같다. 이번 판올림은 UI가 상당히 아이폰스러워졌다는 것이고,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반응이 빨라졌다. 경고 메시지 창 같은 것이 아이폰스럽게 팝업되는 것은 뭐랄까 좀 이질적인 기분이 든다.
Snow Leopard로 시작해서 Mountain Lion으로 가더니 그 이후로는 내내 애플이란 회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지역 명소를 코드 네임으로 하는 OS가 나오고 있는데, 사실 엄청나게 큰 변화를 기대하지만, 사실 별다른 변화 없이 매년 이렇게 계속 나오다보니 점점 더 기대하는 게 없어진다고 해야할까? 내내 캘리포니아 북쪽의 명소를 찍더니 지난 번엔 남쪽의 섬을 찍고 이젠 다시 북쪽의 지명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Big Sur에 다녀온 때가 언제인지. 대충 2년 전쯤인 것 같은데, 이젠 별로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나 같은 영원한 외지인의 눈으로는 그저 1번 도로를 끼고 지루하게 내려가다 보면 오래된 고가도로? 다리?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사실 그게 전부인 곳이다. 산을 타고 다리가 부러질 듯 오래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끔 맘먹고 도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글쎄 그렇게 오래 걷는 일을 찾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캘리포니아 뙤약볕에 하루 온종일 걷다보면 실내생활만 한다고 쳐도 족히 여러 해 분량의 자외선으로 온몸에 샤워를 하는 것인데. 아마도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하고 싶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집에 있으면 그럴 겨를이란 게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