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audio interface

USB audio interface가 보편화된 것은 한참된 이야기지 싶다. 그전까진 PCI interface를 통해서 했고 그 전엔 ISA라는 bus를 통해서 했다. 그게 조금 더 발전해서 firewire라는 LVDS 전송방식을 쓰다가 이젠 다 사라지고 오직 USB만 남았다. 그만큼 USB가 직렬로 데이터를 전송하지만 전송속도가 빠르다보니 구태여 카드의 타입으로 병렬 전송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게 다 LVDS (Low voltage differential signaling) 덕택이기도 하다. 사실 LVDS 덕택에 정말 세상이 갑자기 엄청 빠르게 발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레코딩, 그러니까 컴퓨터의 파일 시스템 (하드 혹은 SSD)으로 녹음을 하는 것은 진작에 보편화가 되어버린데다가 사실 그 디지털 레코딩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소프트웨어 형태의 악기들이 많이 나왔어서, 사람은 그저 사람이 연주해야 하는 것을 그 악기 그대로 그냥 녹음해버리면 나머지 작업을 위해서 컴퓨터에 녹음된 소리는 다시 컴퓨터 밖으로 나올 이유가 없어진 세상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수십개의 트랙이 있는 믹서를 써서 녹음하는 게 스튜디오 녹음이구나 했다 치면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다. 고작해야 보컬 혹은 기타, 혹은 베이스, 혹은 피아노 연주를 1-2트랙으로 받아버리면 되는 것이다. 소리가 좀 두껍게 들어갔으면 좋겠다 하면 같은 연주자가 여러 번 녹음하면 되니까 또 많은 트랙이 필요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 믹싱 작업이란 것은 컴퓨터로 해버리면 아주 간단해진다. 슬라이더를 올리고 내리는 일도 꼭 필요하다면 그림 그리듯 하면 되고, 그외 음원을 가공하는 일은 모두 컴퓨터에서 다 해치울 수가 있다. sine/cosine을 가지고 노는 일이라든가 discrete mathematics를 다루는 일 역시 컴퓨터가 아주 잘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2천년대에 스티브 잡스가 iphone/ipad를 들고 나와서 ‘나도 사야해!’하면서 사람들을 매료시키지 못했다면 이 바닥 산업은 어떤 식으로 진화했을까 싶다. 스마트 폰이라도 미친 듯 팔리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하드웨어 제조란 게 소프트웨어의 발전 때문에 다 내리막을 걷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또 그 소프트웨어의 발전이란 것은 불법 복제로 이제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지경이다.

어쨌든 USB audio interface는 지금 너무 싸졌고, 그냥 컴퓨터에 내장되어있는 audio interface도 너무 좋고, 구태여 수십트랙의 믹서가 없어도 컴퓨터 작업으로 예전엔 엄청나게 비싼 녹음실에서나 할 수 있었던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낼 수 있고 그런 세상이다. 그러나 나의 의욕은 그와 정반대가 되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