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이 하나도 없음

요샌 아무런 의욕이 없다. 뭔가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라는 것이다. 어차피 할 수도 없게 된 여행이지만, 할 수 있다고 해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휴가를 갔으면 하지만 이젠 그런 것도 할 수 없다. 그냥 집안에 갇혀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그런데 나를 뺀 나머지 세상은 즐겁고 행복하고 잘만 지내고 있는 것이다.

의욕의 가득찬 모습, 그래서 그 의욕으로 뭔가를 시도해서 끝을 보겠다는 그런 열정에 가득찬 모습, 그런 것들이 그냥 부럽다.

지금 세상이란 것, 예전에 내가 뭔가 하고 싶었던 것들, 하고자 했던 것들, 의욕만 있다면 당장에 해치울 수 있는 세상이지만, 대신 의욕은 그만큼 없어졌다.

내 앞에 내가 뭔가 이뤄내려는데 필요한 것들이 다 있는데, 아니 그 이상으로 더 많이 있는데, 정작 나는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고, 어쩌다 생기더라도 그 의욕을 끌고나가고자 하는 열정 따위 솟아오르지 않는다. 그러한 상황은 나를 공허하게 만들어 그 빈공간을 훨씬 더 허무한 것들이 채우려고 한다.

그런데…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의욕도 없고, 그래서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면 어떠냐? 그냥 살아가면 된다. 뭘 더 해서 더 이뤄내면 좋겠지만, 뭐가 달라질까? 어차피 곧 죽게될 건데. 그동안 의욕이 생겨서 뭔가 하고 싶은 것들을 더 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되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를 평가할 사람도 결국 나 자신이고, 잘되든 못되든 그 결과를 감수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하고 싶다면 하면 되고, 하고 싶은 맘이 없으면 안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왜 하고 싶은 맘이 없느냐’, ‘왜 이뤄내지 못하느냐’, ‘왜 남들 처럼 못하느냐’, ‘왜 시간이며 모든 자원이 다 주어졌는데 하나도 해내는 게 없느냐’..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한도 끝도 없다.

과연 매순간 내가 나 자신에게 던지는 이 질문들을 나는 나의 죽음을 1분 앞에 두고 있는 순간에도 할 수 있을까?

한심스럽게도 그 순간에 이르면, 병으로 죽든 사고로 죽든, 나의 의지가 아닌 것에 의해 죽게 된다면,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이었다면, 내가 나에게 건낼 수 있는 말은 ‘여태 사느라 정말 수고했다. 고생 많았다. 편하게 쉬어라’ 밖에 뭐가 더 있을까? 자의에 의한 것이었다라도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니, 편히 가거라’ 말고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냥 태어나서 어떻게든 살아냈다면 수고한 거다. 살아가고 있으면 수고하고 있는 거다. 운이 좋아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살고 있다고 해도 그냥 운이 좋은 것일 뿐이고, 아니면 운이 없는 것일 뿐이다. 그래도 살아가고 있다면 수고하는 것이다. 운이 정말 너무너무 없어서 하루 하루 견뎌내기도 힘든 상황이라면 ‘정말 용쓴다’ 할 밖에. 앞으로의 삶이란 것 어떻게 될지 몰라도 살아내면 수고 한거다. 그냥 할 수 있는 일은 ‘건투’를 비는 것 뿐이다.

이렇게 적고보니 스스로 의욕없음에 대해서 질책하고 스스로 변명하고 있는 모양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