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뭘 타느냐가 참 중요하지..

늙은이 소릴 들어도 할 말은 없을 것 같다. 진짜 늙은이니까. 어려서 부터 생각이 늙었다는 소리 제법 들었던 것 같고.

어느 집에 사느냐 어느 동네에 사느냐 어떤 차를 끄느냐 어떤 메이커의 옷을 입고 어떤 메이커의….

이거 상당히 신경쓰면서 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완전히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남들이 보기에 싸구려 옷을 입고 있으면 뭔가 하대받거나 불이익을 당할까봐 가끔 신경 쓸 때가 있으니까. 아니 멀쩡한 것인데 혹시나 싼 것으로 알고 하대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란 사람의 자존감이란 게 좀 그렇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 만날 때나 그렇지 그 외의 경우는 전혀 신경 안쓴다. 그외의 사람들에 비하면 그래도 때라든가 철에 맞는 옷을 입으려고 하니까. 대부분은 그런 거 없다. 그냥 자기 입고 싶은 옷 아무 때나 입고 편하면 그만이지 하니까 다들. 여기 살면서 정말 여러 가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보는데, 엄청난 연봉을 매년 챙겨가는 이들도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이가 아닌 이상엔 늘상 색이 바랜 청바지에 언제 산 것인지 가늠하기 힘든 반팔 티하나 입고 다니는 걸 본다. 그것도 밖엔 눈이 펄펄 내리던 시기인데도.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자주 채팅도 하고 전화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와 한국 사는 게 좋긴 해도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집/차/옷/메이커/동네…남들에게 보여지는 거에 엄청 신경쓰니까. 늙은이든 젊은이든. 잘 보이려고 그런다기 보단 우습게 보일까봐서 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런데, 좀 전에 얘기한 것과 같이 남들에게 그렇게 보일까 걱정된다는 것은 나도 사람들을 그렇게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좀 전에 말한 그 허술한 옷차림을 즐기는 그 분이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어떤 대우를 받는 사람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사람의 옷만 놓고 판단한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차를 몰고 뭘 먹는지까지 들여다보면 더 신기한 일이 펼쳐진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정말 우리 나라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입고 잘 논다. 거기에 좋은 것들은 다 누리고 쓰고 산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서울이라든가 수도권 그 좁은 곳에서 살면서, 그것도 길 막히고 해서 매일 매일 쓰지도 못하는 차를 엄청나게 갈등해서 구입하고 신경쓰고 관리하느라 애들 쓰는 것도 보게 된다. 내가 한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시속 120km 이상 밟을 만한 데는 그렇게 흔치 않다. 더구나 지형이 평지인 곳이 많지 않다보니 길도 그렇게 달리기 좋지 않다. 그저 단거리에서나 뭘 어떻게 하는 척 할 뿐. 정말로 하이브리드/전기차가 필요한 곳이야 말로 한국이 아닐까 싶다만 대부분 엔진 출력이 높은 개솔린 차를 선호한다.

몰던 차가 이제 10살이 가까와지니 새로 뭔가 하나 들이려는데 더 늙기전에 스포츠카를 타볼까 하는 욕심에 잠시 갈등 중이다. 어차피 2대나 3대를 끌면 쉽게 해결되는 것을.

비싼 1대를 사놓고 애지중지 신경을 쓰는 것보단 적당한 것 2대가 지루하지 않고 좋을 듯 하다. 컴팩트 SUV에 컴팩트 스포츠카면 괜찮지 않을까? 차 2대 값을 합쳐봐야 V6 혹은 V8 럭져리 세단 한 대 값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이 나이에 럭져리 세단을 몰고 출근하긴 너무 늙어보여 싫고 수시로 주유소 들락거리는 것도 참 귀찮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