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분유 중독...

어렸을 때 분유를 참 좋아했다. 우유도 물론 좋아했지만.

한참 후에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는 한동안 분유를 먹었지만, 그냥 알려진 분유 뭐 이런 게 아니라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가장 비싸다는 것만 사다 먹였고 그걸 감히 퍼먹을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뭐랄까 내가 아는 분유와 냄새와 모양새가 좀 달랐으니까.

재택근무와 stay at home 이 사실상 해가 바뀐 다음에도 계속해서 발효중이라 집에 갇혀지내다보니 뭐랄까 매우 독한 커피를 1년 내내 마셔왔던 것 같다. 처음엔 그렇지 않았지만 일이 매우 많고 온종일 일하다가 밤늦게 자고 아침에 부시시해서 눈을 뜨면 또 일을 시작해야 되니 그 독한 커피란 게 도움이 제법 되었다. 그런데 그게 몇 개월가지 못하고 나중엔 습관처럼 마셨고 밤엔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래서 수면 리듬은 계속 깨지고 있는데 다시 아침엔 커피를 마시고 있는.

커피란 게 중독성이 있다곤 하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아서 다른 마실 것이 있다면 구태여 꼭 마셔야 한다는 생각은 안하기에 분유를 살짝 들여봤다.

우리 아이가 먹었던 그런 분유와는 다른 분유지만 어쨌든 큰 통으로 사다나르고 있으니 마치 내가 분유 먹여 키우는 아기가 있는 아빠가 된 듯한 (젊어진) 느낌에 기분이 새로웠는데 어쨌든 이 분유는 우유대신 라테를 만들기 위해 전량 사용되었다.

이 제품의 이름은 Nestle의 Nido라는 것인데, 이름부터가 비 영어권인 느낌에다 포장에서 부터 영어보다 비영어권 언어 (스패니쉬)가 많이 적혀있었다. 아직도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효과가 아주 좋았다. 다만 불필요하게 많은 탄수화물을 먹게 되었다는 것만 빼면. 그것이야 식사량을 줄여버리면 바로 해결되는 문제라. 어쨌든 커피 소비량을 평소 1/4 수준으로 떨어뜨림과 동시에 매우 이른 시간에 잠이 들 수 있었고 예전과 같은 ‘게으른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여기에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들(과다한 생각,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지속되는 것들, 타인의 말을 곱씹기 등등)이 많이 해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