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rum 적응 3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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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30분 정도 대충 1주일에 3-4번 정도 치고 있다. 악보를 보고 대놓고 카피하는 것은 좀 더 뒤에 하기로 하고 지금은 음악을 듣고 따라치면서 대략적인 패턴만 확인해가고 있다.
오른 다리에 힘도 약간 붙어서 베이스 드럼을 때리기가 조금 수월해졌고 fill-in도 예전보단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아마도 이 정도까지가 드럼 좀 만져봤다 하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지 싶다. 이것을 아주 제대로 그루브를 내면서 치면 증상급이고 아니면 그냥 다 초급이지 싶다.
드럼을 들여놓을 때 거금을 투자해서 더블 베이스 페달도 같이 마련을 했기에 며칠 전부터는 더블 베이스를 밟아보려고 하고 있는데 왼쪽 다리의 힘이 너무 없어서 쉽지 않았는데, 나름 오른 다리의 힘이 약간 붙으니 이젠 좀 박자가 계속 나가더라도 시도는 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가 가장 좋은 연습곡이 painkiller 라고 해서 틀어놓고 연습하고 있는데, 이거 제법 운동이 된다. 절반도 제대로 따라 치기 힘든데 땀이 날 지경이니까. 다리가 힘이 없다는 것은 패달을 내가 원하는 시점에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단 말이다. 아무리 중량 스퀏을 때리고 레그프레스를 열심히 했어도 이쪽을 관할하는 근육은 또 다른 것인가 싶다.
더블베이스를 비교적 느리게 밟는 곡이지 싶지만 막상 드럼앞에 앉아서 밟아대고 있으면 내 드럼 세팅이 이상해서 그런 것인가 정말 다리에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몹시 힘이 든다. 이렇게 시행 착오 해 가면서 배우는 것이지 싶다.
고작 한 달 열심히 한 것도 없고 짜증 날 때 예전에 알던 노래들 틀어놓고 내맘대로 필인 넣고 쳐본 게 전부인데 정말 장족의 발전을 했다. 어려서 밴드도 하고 그랬는데 드럼은 늘 내가 거들떠 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다 했는데 아예 예전부터 드럼 칠 환경이 되었었다면 계속 드럼만 쳤겠지 싶다. 다른 악기는 잘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도 많고 잘하는 인간들도 너무 많은 반면, 드럼은 그 엄청난 드럼 기술의 세계가 일반 사람들에겐 덜 노출 되었기때문이기도 하다.
방구석에서 키보드나 기타만 만지다가 막상 밴드를 꾸려서 드럼이 붙게 되면, ‘아 이제 좀 밴드 연주라는 걸 하나보다’ 할 정도니까. 잘치든 못치든 그것은 들어서도 잘 모르고 워낙 소리가 우렁차다보니까 밴드하는 맛이 나는 것이다. 물론 잘치면 다른 파트들은 힘든 줄 모르고 정말 신나게 놀 수 있지만.
글쎄 예전의 밴드 생활은 ‘나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이었다면 지금은 ‘더 늙어서 아무 것도 못하게 될때까지는 뭐든 다 배워서 (내 몸으로) 익히자’란 생각 뿐이다. 예전처럼 어디 밴드랍시고 차려서 놀 데도, 놀 사람도, 놀 기회도 없으니까. 그냥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