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er softner: 연수기에 대해서..

이번에 이사를 가게 되면서 집안에 연수기를 설치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어 알아보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는 우물이라든가 펌프를 달아서 끌어쓰는 지하수를 빼면 대부분의 수도물이 단물이고 그 품질도 매우 좋아서 연수기를 고민할 이유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연수기를 들여놓으라고 광고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연수기를 단지 단위로 운용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대단한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옛날엔 흔히 물갈아 마시면 복통/설사가 나니까 그 때 이런 약을 먹어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없는 것이 전국 대부분 지역이 품질 좋은 단물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지 싶다. 평소 단물을 마시던 사람이 갑자기 센물을 마시면 위에서 부담이 생겨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난 한번도 경험해 본 적도 없으니까 그만큼 좋은 세상에서 살았지 싶다.

이게 다른 나라로 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처럼 강수량이 많아서 지표상의 물을 상수원으로 끌어쓰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지표상의 광물 (주로 칼슘/마스네슘/철/..)이 덜 녹아들어가다보니 별 다른 처리 없이도 단물을 공급받을 수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이를테면 높은 산에만 눈과 비가 온다거나 해서 그쪽에만 물이 공급되고 그 외 지역은 늘 비가 오지 않는 경우에는 상수원의 대부분에 많은 미네랄이 녹아있어서 센물이 되어있는 상태로 수도물이 공급된다. 그래도 지역에 따라 수처리가 제법 되서 경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수도물을 공급 받을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워낙 품질 좋은 한국의 물에 익숙해있다보면 센물은 상당히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센물을 쓰고 있는지 아닌지는 다음으로부터 금방 확인할 수 있다.

1) 물이 마르고 나면 물때가 많이 앉는다. 별 다른 처리를 하지 않으면 싱크, 그릇의 표면이 mineral builup 때문에 금방 탁해진다. 시간이 가면 점점 두터워져서 몹시 비위생/지저분한 느낌을 준다. 2) 화장실 변기를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물의 철분성분들이 변기 벽에 달라붙어서 역시나 몹시나 지저분한 느낌을 준다. 3) 세제를 쓰면 거품이 덜 일어나고 그래서 더 많은 세제를 쓰게 된다. 세정작용이 잘 일어나는 것 같지도 않다. 4) 머리를 감을 때 이상하게 머리가 금방 뻣뻣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더 많은 샴푸를 써도 거품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헹굼도 이상하게 오래 걸린다.

이러한 이유로 먹는 물은 사다 먹는다고 치더라도 일상의 경우에서도 센물은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가져다 준다. 경도가 별로 높지 않은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이 지경이니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사실 말하나 마나가 된다.

그래서 연수기를 쓰는 집들이 있다. 연수기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고 한다.

1) resin beads (이온 교환수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2) salt reservoir (소금이 들어있는 통이다 그냥)

쉽게 말해서 아주 작은 알갱이의 합성수지(레진)를 통에 넣어두고 위에서 물을 공급하고 아래쪽에 물을 빨아들이는 입수구를 두어서 쉽게 말해서 촘촘한 합성수지 알갱이 사이를 물이 통과하는 식으로 만들어져있다. 여기에 소금(NaCl)이 더해지는 상황인 것이다. 아주 쉽게 말해서 수돗물을 레진 알갱이로 구성된 필터를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 소금이 더해지는 것이다.

중학교 과학과정만 했다고 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인데, 다만 이온교환수지(레진 알갱이)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까 소금을 물에 녹이면 Na+와 Cl- 이온으로 분리가 되는 데 여기에 Ca+이라든가 Mg+와 같은 이온이 많이 녹아있는 센물을 섞게 되면 레진 알갱이 주변에 Ca와 Cl이 결합된 것 (염화칼슘, 우리가 쉽게 이것을 염(salt)라고 한다) 혹은 Mg와 Cl이 결함된 것 (염화 마그네슘)이 들러붙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이온교환(ion exchange)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까 Na를 Ca혹은 Mg로 바꿨다는 말이다. 대충 느끼기에 일본에서 온 용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만.

그래서 최종적인 결과는 수많은 레진 알겡이 주변에 칼슘/마그네슘/철의 염산염이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대신 결과로 얻어지는 물에는 이들 미네랄의 함량이 줄어즐게 되어 센물이 단물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내가 직접 실험해본 것은 아니니까 이게 진짜 얼마나 잘 동작하는지 알 수 없다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연수기의 관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주기적으로 소금을 넣어주어야 한다. 연수기 전용 소금을 별도로 판매한다. 2) 아주 느린 주기로 Iron out이라고 하는 약품을 넣어서 레진 알갱이 주변에 형성된 미네랄 염산염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그냥 오염된 (미네랄 염산염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레진 알갱이를 모두 버리고 새로운 레진 알갱이로 교체를 하면 되는 것 아닐까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으니 Iron out이라는 약품을 넣어 재생해서 쓰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Iron out이라고 하는 것은 산성의 용매로 마찬가지로 레진 주변에 형성된 염산염에 있는 미네랄을 다시 교환해서 꺼내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좀 황당한 방법이긴 한데 그러하다.

에민한 사람이라면 좀 귀찮긴 하지만 레진 탱크와 소금 탱크가 구분된 연수기를 구입하고, 뭔가 연수기가 예전처럼 동작하는 것 같지 않다 (수질이 뭔지 모르게 떨어진 것 같다거나 수압이 떨어졌다) 생각되면 레진을 통째로 바꿔주는 것이 좋지 싶다. 여러 가지 비용이나 귀찮음/노동을 생각해보면 센물이 공급되는 지역에서 사는 것이 참으로 불편한 것이다.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돈만 많으면 한국이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는 것이다.

대개 그 레진 필터가 수명을 다하게 되었을 때의 상태는 레진 주변에 철 성분이 많이 쌓여서 뻘건 (갈색에 가까운) 상태로 되어버리는 것이다. 염화 칼슘/마그네슘은 흰색이지만 철은 철이 녹슨 색과 같고 이게 특히 문제가 된다. 따라서 철이 너무 많이 쌓여있게 되면 레진이 들어있는 용기를 완전히 세척해주고 새로운 레진 알갱이를 넣어주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대충 새로운 resin 알갱이를 새로 구입하는데 $100 불 넘는 지출에 휴일 반나절 작업이 요구되는 것이라 관리비가 싸다고 볼 수는 없다. 귀찮을 뿐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