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프로젝터를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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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내가 가진 가장 고가(?)의 기타, 그러나 전혀 쓰지 않는 것과 카메라 두대를 처분하고 쌓여있는 paypal money가 있어서 질러봤다. 드럼 지르고 여기 저기 선물하고 나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만.
잠시 빠져나와서 얘기하자면, 내 경험으로는 비싼 기타일 수록 뭔가 연주하는 재미가 없었다. 손가락이 싸구려 기타에 길들여져서 그런 것인가 싸구려 기타 사운드에 귀가 길들여져서 그런 것인가 Ibanez의 최고봉(?)이라고 하는 J custom의 몇 가지 모델을 가지고 있어봤지만 재미가 없었고 (이상하게 게인이 잘 먹질 않았다) 시그니쳐 모델(Korn/Steve Vai)도 여러 대 가지고 있었지만 만족도가 별로 높지 않았다 (다만 JEM7DBK는 매우 좋았던 기억이다).
몇 달 후에 이사를 가야되고 어차피 이사가서 내장 인테리어 작업을 틈나는 대로 DIY로 하다보면 밤에 지치기도 하고 짜증도 날 것 같아서 그때 영화라든가 뮤직 비디오를 보고 싶어서 한 대 질러봤다.
‘빔 프로젝터는 첨이지?’ 수준이라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사양으로 실패해도 팔아버리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으로 구입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참으로 만족스러운 것은 (때로는 불만인) 밤이면 몹시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낮엔 강한 햇볕 때문에 선글라스 혹은 그와 비슷한 것이 없으면 눈이 몹시 자극받지만 한밤엔 건물간 간격이 넓고 길거리의 조명이 어둡기 때문에 매우 어둡다는 것이다. 별은 원하면 매일 볼 수 있다. 커다란 달은 덤으로.
그래서 스크린을 달아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있다. 이 지역의 벽은 벽지를 바르지 않고 하얀색의 도료를 엠보싱 화장지처럼 바르기 때문에 맨 벽에 투사를 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있다. 듣자하니 멀리 떨어져서 보게 되면 흰색이 아니라고 또 벽지가 제법 granular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리 늦어도 다음주내엔 배송이 될 것이라 테스트해보려고 한다. 또 어차피 고급형 short throw projector가 아닌 이상 스크린의 큰 이점이 없다. short throw project가 있는 경우에는 특별히 제작된 스크린을 쓰면 주변광에 의한 간섭을 덜 받기 때문인데, 아직은 너무 고가이고 그 정도로 프로젝터를 자주 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문제는 너무 저가의 모델을 구입하다보니 안드로이드 같은 OS가 설치되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보니 외부에 스마트한 영상 소스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라스베리파이를 쓰려고 한다. 물론 무선 키보드를 써야 될 것 같고, 라스베리파이에는 arch linux위에 Kodi를 설치하려고 하는데 이게 좀 문제가 있는지 잘 되지 않고 있다.
또 한 가지는 프로젝터가 저가의 모델이다보니 3.5mm 스테레오 출력이 고작이란 것인데, 이 역시도 머리를 잘 굴려보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 정 안되면 AV receiver를 들이면 되고. (좀 이상한 것은 여태도 대부분의 AV receiver들이 class D를 써서 전력 효율을 높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램프로 구동되는 것이라 쿨링을 위해서 팬이 돌고 그래서 제법 소음이 있지 싶은데, 이것은 어떻게든 오디오 음량으로 커버해야 되지 싶다. 첫번째 테스트 기기 치고는 제법 급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어줍잖은 4k + 낮은 광량인 프로젝터보단 해상도는 좀 낮더라도 광량은 강한 것이 좋다 싶었는데, 어차피 내가 가진 영상 소스들도 잘해봐야 1080p를 넘어서지 못한다. 넘어선다 한들 이미 작은 크기로 줄여놓은 것이고 멀리서 감상하기 때문에 4k인지 FHD인지 그냥 HD (720p/i)인지 구분은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LG HU80KA/85LA가 좋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이것 말고도 이사가게 되면서 살 게 너무 많다보니 총알을 아껴쓰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