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울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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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가 아니라 몇 달간 아니 코로나 집콕 (1년 넘었다..젠장) 내내 눈뜨자 마자 일 시작해서 눈 감을 때까지 일하는 지경이었다보니 (주말에도 일하는 것은 덤이다) 진짜 이제 매일 같이 입에 욕을 달고 살게 되었다.
우울 이란 것이 그저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던 나머지 감정이 다운되어있고 무기력해지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분노로 표출이 된다. 스트레스 받아가며 아무리 해도 해도 잘 안되니까. 사실 해도 해도 안된다기 보단 너무 참고 인내하다보니 더 물러설 곳이 없어서인 것이다.
물론 이런 지경에도 멘탈 잘 부여잡고 사는 인간들 많다. 왜? 로드가 나보다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일에 한번 치여버리다 보면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못 끝내면 오늘도 쉴 시간이 없다 생각해서 계속 스스로 매진하게 만들다 보면 원치 않게 계속해서 과로하게 된다. 사실상 악순환이 되는 것이 이렇게 해서 일의 집중도가 올라가고 뭔가 빨리 진행되는 것 같지만 실수가 생기게 마련이고 그렇게 계속해서 실수하고 뗌빵하고 하는 와중에 스트레스는 올라가고 자존감은 떨어져가게 된다. 욕이 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냐고?
당장에 다음 목적지가 정해지지 못했다면 알량한 월급이라도 받고 살아가야 하니, 그날 끝내야 할 일의 양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할 수가 없다 그랬다간 바로 sue 당할테니. 자율에 맡기는 척 계속 일을 던질 뿐.) 존심상 가만히 놔두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해치우게 되는 것이다.
정상상태로 되돌아 오게 되는 경우는 여기서 회사를 관두고 새 회사로 옮겨가는 동안 몇 달 느슨하게 살게 되는 경우, 아니면 관둘 각오 하고 들어오는 모든 연락을 생까고 내맘대로 사는 경우 둘의 경우다. 사실상 전자와 후자는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다음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고서는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매우 힘들다. 진짜 한동안 백수로 지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대개 이런 모드는 다른 곳에서 좋은 오퍼를 받고 나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돌입하게 된다. 그동안 쉽게 사람을 부리다가 갑자기 뭔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즉 사람이 생각대로 부려지지 않으니 일을 던지는 쪽에서 폭발을 하게 된다. 그래도 대놓고 화를 낼 수 없으니까 어르고 달래는 척하지만, 이미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쪽이 비 이성적으로 폭발하게 되면 편하게 이제 관두려고 한다고 말해버린다. 물론 혹시 모르니 이 상황은 잘 녹취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사라졌을 때 일이 1도 돌아갈 수 없게끔 혼자 저 멀리 진도가 나가있을 수록 좋다. 법적으로 2주면 끝이고 2주간 뭔가 다음 사람들에게 일을 넘겨서 작업 공백을 메꿔준다? 어림도 없는 소리다. 있는 휴가 다 쓰고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차피 맘 떠난 일터에서 하루도 더 버티기 힘들다. 억지로 버티고 버텨서 도와줬다고 한들, 나에겐 아무런 이득 같은 거 없다. 인간적인 도리? 여태까지 해온 게 어느 정도면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생각할 필요 없다.
모든 인간관계라는 것은 일방적인 게 없다. 자기가 한 만큼 돌려받을 수 밖에. 그걸 그렇게 나이 쳐먹고도 이해를 못한다면 내내 그런 꼴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밤낮 남탓이나 하고 살겠지 그 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