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생각난 꼰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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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어쩌다 떠오른 옛날 이야기를 꺼내놓으면, 듣는 사람들은 일종의 사례 학습으로 해석하기보단 ‘꼰대 썰 늘어놓기’로 ‘귀를 틀어막아야 할 시간’으로 받아들여기지 일쑤라 이런 이야기는 그냥 나의 추억 꾸러미 속에 넣어두거나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꽁꽁 묻어두는 것이 상책이다.

오죽하면 나의 DNA를 물려받은 아이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하길 꺼리는 것은 (원래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으면) 꼰대지만) 꼰대 취급을 받기 싫은 본능(?)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자식에게도 스스로 꼰대임을 인정하기 싫은 본능을 드러낸다고나 할까?

얼마전에 인스타그램을 열어보니 Paul Gilbert가 사진으로 붙여놓은 앨범으로 플래티넘 (기념 액자?)을 기록한 것을 보여주며 본인이 한 때 대중음악의 한 획을 그었다며 사진과 글을 올려놓았다. 아마도 그 때가 92년 혹은 91년이 아니었을까 한다. 당시 나야 워낙 어렸으니까 Paul Gilbert라는 사람이 있는지 음악이나 한 두 번 들어봤음 다행일 정도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잘 기억에 없지만.

그런데 기타리스트 중에 전설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손가락 5개 안에 들어갈까 말까 할 정도의 위대한 인물인 Paul Gilbert가 이렇게까지 본인이 스스로 대단한 인물임을 인증해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 젊었을 때도 슬림한 사람이 이제 늙어가다보니 훨씬 더 슬림해지고 (동양인에 비해) 더 많이 늙어보일 뿐 아니라, 그래서 그의 일본인 와이프보다도 더 늙어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까? 그가 길러낸 일본의 후학들이 (솔직히 이 사람들도 한 물 갈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만) 일본의 헤비메탈/하드락을 들었다놨다 했었는데..

난 이 앨범을 사 본 적도 없고 어쩌다 가입하게 된 록 그룹에서 같이 기타를 치게 된 친구로 부터 (초보자 실력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의) 공연 할 때의 연주 곡으로 했음 좋겠다라고 얻어들은 것이 전부다. 일종의 공연 추천 곡으로 가져온 것이었는데, 사실 밴드 구성이란 게 보컬+드럼+베이스+기타의 단촐한 구성이라 글쎄 내가 처음 받아들인 느낌은…뭐랄까 그래도 솔로 파트에 배킹이 있어줘야 되는데, 그러려면 내가 제안한 것이 아니니까 그 친구가 솔로를 하고 내가 배킹을 해야 맞겠지…보컬이 나올 땐 트윈으로 베킹을 하면 좋겠는데…그런데 지금 이 밴드의 구성에서 앰프와 좋은 이펙터는 딱 한 쌍 뿐인데 어떻게 해야하나..어떻게 해야 이 친구를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이런 생각들이었다. 나야 (지금보다 훨씬 더) 멍청했던 시절이라…이런 음악을 알고 연주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던 그 친구가 부럽기 그지없었으니까. 그런데 그것을 한 번도 그 친구에게 말한 적은 없다만..

어설프게도 그 이후로 시간은 흘러서 어쩌다보니 보컬을 하던 친구가 정치적인 술수를 부려서 이 곡은 어이없게도 아무 생각없던 내가 연주를 했고 또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지만 난 이 친구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한 번도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앰프 따위, 이펙터 따위 (그 친구는 그 당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장작으로 쓰기도 뭐한 MDF로 만든 기타를 쓰는 나와는 달리 잡지에서나 구경할 수 있던 기타를 쓰던 친구로 분명 격이 달랐다) 두 개 놓는 것은 아무일도 아닌데, 왜 그 친구와 일생에 한 번 뿐이었던 기회에 사이 좋게 솔로를 나눠치거나 그 친구의 약삭빠른 연주가 돋보이도록 내가 트윈기타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깟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순간이었지만 적어도 그 친구와 나는 어쩌다 술 한 잔하면 기억날 만한 순간을 서로가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시간으로 만들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어리석기 짝이 없던 난, 당시엔 내가 제안한 곡은 아니지만, 내가 더 맛깔나게 연주해서 그 친구를 적절히 눌러주고 ‘내가 베킹을 하겠소’, 혹은 ‘내가 제안한 곡이 아니니 나는 빠지겠소.’ 하려는 맘으로 집에서 매일 매일 연습하기 바빴던 것 같다. 그 친구와 좋은 추억을 남겼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이런 생각을 할 정도면 나도 정말 많이 늙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지만, 사실 그 전까진 이런 일이 있는 사실 조차 기억 나지 않았으니까. 또 그 날의 공연장에 많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와 앉아있었지만 그들이 그날의 연주를 기억이나 할까? 나 조차도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데 말이다.

이렇게 인생은 한 순간 한 순간이 epic인 것인데 왜 그 순간엔 왜 내가 그 순간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찌질하게 굴어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그렇게 기억을 되짚어보면 정말 별 것 아닐 것 같던 순간도 그 순간 순간의 기억을 회상하는 나의 시점에선 내가 주인공이었는데, 왜 늘 불청객인양 아웃사이더인양 살아가야 했을까, 또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그래서..나는..당신의 기억속에 당신이 지나온 모든 순간은 당신이 주인공인 것으로 기억되는 것이니까, 기죽지 말고 늘 주인공 역할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이 꼰대스러운 케이스 스터디를 마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