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아침 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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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를 죽어라고 한 적도 없고 학부 교양 과정 이후엔 더더욱이나 영어를 공부한 적이 아예 없다. 회사 입사/진급에 요구되는 영어 시험들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재주 껏 점수를 잘 받았기에 더욱이나 할 일이 없었다.
사실 이런 시험들 잘 보려고 뭔가를 했다면 그건 차라리 노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하지 않았고. 왜? 실전영어에 아무 도움이 안되니까.
지금도 학교 영어는 듣고 읽기가 중점인 것으로 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영어도 그렇고 말이다. 그렇게 해야 대량으로 교육이 가능한 데다가 선생님들의 능력이 그동안 딱히 나아진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어 공부의 핵심은 말하기, 쓰기에 있다. 특히나 말하기가 중요하다. 이것은 사실 생각하거나 수정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빨리 적절한 말을 찾아내어 쓸 수 있지 않으면 늘상 어버버대긴 매한가지니까 그렇다.
영어권 국가에 여행을 간다고 하면 어차피 관광객이고 말하는 영어의 수준이 개판이라도 어떻게든 비벼낼 수가 있다. 읽기/듣기 능력은 그래도 어느 정도 갖췄기 때문인데, 먹고 살려고 간다고 하면 이게 절대로 통하지 않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도 아주 다행스러운 것은 유창하게 말을 잘하지 않아도 되는 섹터에 가서 먹고 살면 되기 때문이고,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라 원어민의 50% 수준 이상의 언어 소통 능력만 되면 적어도 살아가는 것엔 지장이 없다.
여기서도 문제는 원활한 의사소통를 하고 싶을 때 발생하게 된다. 아무리 타고난 언어 능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외국어는 정말로 힘들다. 특히나 말하기는. 뭔가를 찾아내서 끼워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말을 빨리 하려면 생각과 동시에 그것이 말로 튀어나가야 하는데, 모국어가 아니면 어떻게든 빠른 작문을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그냥 아예 포기하고 말을 느리게 하겠다면 작문이 되는 즉시 말을 하면 되니까 상관이 없는데, 그래도 남들과 비슷한 속도로 이야기 하려면 어차피 우리 말로 하는 생각이 곧바로 영어로 튀어나갈 정도의 두뇌 성능은 안되니까 말을 하면서 영작을 하는 수준에서 비벼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어 원어민인데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면, 그 유창이란 경우가 우리 말의 뉘앙스 그대로 영어로 옮겨서 이야기 하는 것을 말한다. 그냥 쉬운 단어로 빨리 이야기한다고 유창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영어란 언어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우리말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찾아보면 우리 말과 같은 뉘앙스의 표현을 할 수 있고 특히나 사회 생활을 할 때 사용하는 단어들도 우리 말에 거의 100% 가깝게 매칭되는 단어들이 있다. 그런데 학교 영어만 했다거나 시험용 영어만 했다면 제 아무리 성적을 잘 받았다 하더라도 이 정도 되면 맥을 못추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매주 아침마다 한다. 영어 밖에 모르고 살아서 그외의 언어는 아예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제대로 못 알아듣거나 그지 같은 영어를 내 뱉으면 곧바로 반응하는 그런 사람과. 또 가끔 뭔가 흥분해서 사정 없이 빠르게 자기 모국어로 말하는 사람과.
문제는 그 사람과 그렇게 오래 공부를 해도 실력 향상의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새로운 것들 많이 얻어듣고 공부한다고 한들 그 중의 일부는 평소에 쓰일 일이 없어서 기억의 저편으로 흘러가게 마련이고 그러니까 매주 훈련으로도 부족한 것이다. 전혀 멍청하거나 바보 같지 않지만 이 놈의 영어로 뭔가를 해야 할 때는 사정없이 내 능력의 7-80%를 할인하고 들어가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능력을 쌓고 늘려가든 그것을 영어로 해야 투자가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나마 대학교육을 영어로 된 책으로 한 것이 다행이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부한 시간이 길다고 그것이 실력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어떻게라도 버티려니 하고 있는 것이다. 공부의 양/기간 보단 괴로움을 겪는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듣지 못해서 괴로웠을 수록, 말하지 못해서 괴로웠을 수록, 그 아픔이 깊고 아플 수록 시간이 가면서 뭔가 달라지는 구나 하게 되는 것이다. 정말로 타고난 언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마치 더 큰 중량의 바벨에 도전하면서 점점 좋은 근력을 갖게 되듯이.
물론 그렇게 뭔가 후천적으로/또 늦은 나이에 얻어진 능력은 매일 매일 다듬지 않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냐고? 다 운이다. 아무 노력안했는데도 영어권 국가에서 어려서 학교 다닌 경험이 있으면 잘할 가능성이 더 높고, 영어 따윈 모르고 할아버지가 다 되도록 한국에 살다가 갑자기 노년을 미국에서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찾아서 공부하지 않았는데 내 귀에 들어오는 영어가 족족 자동으로 외워지고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입에서 튀어나간다면 분명 좋은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봐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