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을 배우는 일...

학교 다니던 시절에 공부와 상관없이 뭔가를 재미삼아 배우는 일은 뭐랄까 시간이 넉넉하고 아웃풋을 빨리 요구하는 상황이 아니었던 터라 재미있게까진 아니더라도 짜증나거나 다급하다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다. 무슨 또 뻔한 얘기를 하려고 하느냐 대충 여기서 각이 나온다만, 결과가 빨리 요구되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참 다양하게 짜증이 난다. 이래서 학생 시절이 좋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게 나란 사람의 모습이구나 할 때도 있다.

배우는 과정은 그래서 늘 천천히 진행될 수 없고, 빨리 결과물을 얻기 위해 뭐든 건너뛰며 지나가다보니 남에게 말로 설명할 땐 그다지 멋지게 해낼 수가 없다. 글로 된 것들을 한 줄 한 줄 해석하고 읽고 또 읽어서 모든 용어가 외워져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그렇게 할 수 있지만, 태생적으로 그런 일을 싫어한다. 나에게 있어서 뭔가를 배우는 것은 다른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해서 일종의 플러그인스러운 요소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져다 주는 효용성만이 중요한 것이지 그것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원리로 돌아가고 있는지 따위는 점점 더 알 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것들이 쌓인다고 해서 나의 결과물이 더 반짝 반짝 윤이나기 보단 내 여가시간, 또 목적을 이루어내는 데까지 드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끔씩 생산성은 지극히 떨어지지만 자기가 일한 내용을 꼼꼼하게 또박또박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다. 왜? 스스로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느리고 답답한 것에 짜증을 내지도 않고 그냥 자기만의 길을 뚜벅뚜벅 가고 있으니까.

난 그와는 달리 아무런 근거없이 어떤 일이 단숨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것이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루려는 습관이 있다. 목적은 늘 결과에 있기 때문에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 순간에만 알고 있을 뿐 얼마 지나지 않아 깡끄리 잊는다. 일단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더 이상 거들떠 보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가 여러 달 지난 일을 들고 와서 나에게 물어보면 난 대답해줄 게 없다. 이미 그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이루어졌고 당장 1-2달 전에 해놓은 것도 다 잊어버렸을 마당에 1년이나 반년전의 것들을 들고와서 따지면 요즘같이 일이 많을 때는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니까.

학교 다닐 때의 날 생각하면, 모르는 것이 원체 많았어서 배우는 속도도 느렸고 지금처럼 인터넷 상에 수많은 노우하우가 널려있지도 않았어서, 또 내가 뭔가를 처음 배우고 시도하는 것이 (전체 인구 비율로 볼 때)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물어볼 데도 없고 더 잘하는 사람과 날 비교할 일도 없었기에 차라리 뚜벅뚜벅 편하게 익힐 수 있었지 싶다. 내 개인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공부한 것이나 남들이 내 얘기만 듣고 대충 떼우려고 할 땐 설명해 줄 방법이 없어서 그런 경우는 최대한 피했던 것 같다. 아마 듣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저변 지식이 나의 이야기를 알아듣게 될만큼 준비가 되지 못한 상황이었을 확률이 높으니, 아니 평소의 관심사를 컴퓨터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그쪽 직업을 택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많지는 않으니 그냥 헛소리하나보나 했지 싶기도 하고.

요컨대..

그런데 문제는..

뭔가를 배운다고 해서 배워지는 것도 아니고 쌓여지는 것도 아니다. 당장의 상황을 피해갈 수 있는 수단을 잠시 손에 쥐었을 뿐이지. 누구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고 배우고 하는 시대가 아닌, 스스로 알아서 배우고 따라가지 못하면 그냥 방치될 뿐이다. 아무도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고 기대하거나 하지 않는다. 시간이 되면 자동 방출이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