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Rush (2007)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는 대충 대충 보다가 결국에 중간에 꺼버렸던 기억이 있는데, 그래도 이번엔 좀 착실히 보려고 하다가 못 견디고 중간부터 끝까지 넘겨봤다.

왜?

음악신동 역할을 맡은 주인공이 갑자기 첨 본 기타를 Michael Hedges (타계하신지 좀 되심)스럽게 테핑/테핑 하모닉스를 열심히 해대다가 결국엔 그의 명곡 “Ritual Dance”을 단번에 연주해버린다. 마치 갑자기 영감을 받아서 즉흥으로 만들어낸 곡처럼 말이지. 이곡이 워낙 잘 알려진 곡이라 어떻게 편곡을 했든 ‘어?’ 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갑자기 없었던 음악과 주법을 만들어내며 신들린 듯 연주한다는 플롯이었던 것 같은데, 기타를 잘 칠리 없는 주인공 아이가 이 연기를 소화하기 힘드니 그걸 어떻게든 가려보기 위해서 카메라 편집이 과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화면이 정신없어진다. 주인공 아이의 생김새는 흡사 그 옛날 영화인 ET에 나왔던 주인공이었던 엘리옷 비슷하게 생겼고. 아마도 백인들이 이런 스타일의 아이들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영화가 중간으로 가면 나름 기타와 노래를 잘 해서 제법 돈 벌이를 하던 흑인아이를 음악 교육이든 악기든 만져본 적도 없는 이 아이가 엄청난 음악적 재능으로 단번에 눌러버린다는 플롯도 있고, 그렇게 질투를 느낀 아이가 엉뚱한 행동을 하는 플롯도 있는데 그렇게 보면 볼 수록 정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백인 우월 주의? 인종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니) 안되겠으니 우연히 흑인 아이들이 노래부르는 교회에 들어가질 않나 그 안에서 노래부르는 흑인 아이들을 내보낸다거나 애매한 흐름들이 전개되는 것도 역시 이해하기가 힘들고.

처음엔 그럴 법하다 싶다가 과장의 과장이 너무 지나쳐버려서 이 영화는 영화를 팔려고 만든 영화인가 음악을 팔려고 만든 영화인가 생각하다가 점점 더 재미없어져서 마지막에 닭살 돋는 피날레를 보면서 ‘괜히 다시 봤다’ 하고야 말았다. OST는 생각보다 그래도 팔린 모양이긴 한데, 2007년엔 이런 영화안의 허술함이 그대로 먹혔던 모양이다.

Michael Hedges의 음악이라고 하면 글쎄 난 이분이 아주 오래된 영화 (나도 보진 못했다만, 서부활극의 대명사 존 웨인이 등장했다는) Hatari라는 영화의 테마를 기타로 옮긴 곡을 아주 좋아한다. 물론 그외의 기타곡들도 사실 너무나 멋진 곡들이 많고 그렇지만 듣기에만 너무 훌륭할 뿐, 중독되거나 하진 않는 그런 스타일의 음악이었던 것 같은데. CD를 두 장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Henry Mancini의 원곡보다 이 기타 연주곡이 훨씬 더 듣기 좋다.

이 분의 곡을 연주하기 불편한 이유 중 하나는 변칙 튜닝을 즐기시는 분이라 아예 대놓고 기타 한 대를 이분 곡을 연주하기 위해 마련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고, 대개 변칙 튜닝으로 연주하는 곡들은 자주 칠 일이 줄어들다보니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Hatari의 테마곡도 한 두 어번 쳐본 뒤로는 이미 다 싹 잊었다. 기억으로는 변칙 튜닝을 일반 게이지의 스트링을 하면 중간에 G (3번?) 줄이 너무 느슨해져서 깔깔한 음이 나오지 못하고 뎅뎅 거렸던 기억이다.

이 영화가 너무 좀 과장이 심하다고 홀딱 깨기 시작하는 부분이 주인공이 어쿠스틱 기타를 보고 하모닉스와 테핑을 너무 심하게 하고 있어서다. 제 아무리 음악 천재라고 하더라도 기타를 처음 만지는 이가 테핑/테핑 하모닉스를 거의 완벽하게 소리낸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음악적인 부분이 아니라 기계적인 정확도와 힘에 의지하는 부분이라 음악적인 소질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손가락과 팔 등등을 아무런 훈련 없이 이렇게 정교하게 다룰 수가 없다. 기타 신동이라며 아버지가 동네 잔치에는 다 데리고 나가서 연주를 시키는 아이들만 봐도 그냥 어린 아이가 기타를 들고 있으니 ‘그래 잘한다’ 할 뿐이지 박자라든가 음의 정확도 등등 손가락의 힘에 의존해야 되는 부분을 어쩔 수 없는 분이라고 넘긴다. 훈련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다 자라서 (제법 근력이 있는) 음악 교육을 제대로 받고 기타도 제법 만져봤던 사람이라도 몇주는 꾸준히 해야 그래도 들을만한 소리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단숨에 Michael Hedges의 경지에 이르는 말이니 뭐 말해야 무엇하겠냐만. 다른 방법으로 이 아이의 천재성을 부각시킬 방법은 많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아이의 아버지가 음악을 한다고 할 때도 이미 그런 암시를 보여준다. 무슨 얼터너티브 밴드 스러운 음악을 하는데 뭐랄까 적응이 어려울 정도로 테핑을 연발하고 있어서 ‘좀 이상한데?’ 싶었는데다 기타보단 보컬을 하는 역할이었는데 아들이 기타를 너무 잘친다니 (너무 놀라셨죠?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역시나 뭔가 부조화가 느껴지는데 이내 그 아들이 아버지의 음악 성향(?) - 글쎄 태핑하고 음악 성향하고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만 - 을 받은 것처럼 그려지는 말도 안되는 과장이 없지 않다. 연출이든 각본이든 음악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입김이 세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닐까 한다.

아빠는 좀 애매한 영국 발음을 하는 (그래서 아일랜드 사람인 것처럼 나오는 것 같던데) 사람으로 나오고 엄마는 미국인인데 그 뿌리가 체코나 폴란드 계 인으로 (얼굴 생김새에서도 드러나지만 성(last name)에서 그 힌트를 준다) 등장한다. 아빠로 등장하는 분은 악역으로 자주 등장하셨던 분이라 얼굴이 너무 익숙한 나머지 전혀 체코/폴란드계통 (아마 이민을 왔다면 2차세계 대전때었어야 하니까 1세대 혹은 1.5세대였을 나이인데)으로 보이지 않기에 또 여기서 뭔가 부조화가 일어나고. 뭐 그런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