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토 상태 해제됨.
on
최근 한 주간 과로에 생활리듬이 깨지면서 예전에 먹지 않던 것들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끼워넣음으로써 키토 상태가 해제되었다. 몸의 변화는 내가 예상하던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 몸무게가 1kg 정도 급하게 증량되었다. 글리코겐이 어느 정도 쌓이면서 물이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 그 때문에 늘 입던 옷이 제법 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근육의 총량이 증가하게 되어 나타난 결과가 아닌 저장되기 시작한 글리코겐과 새로 들어온 물 때문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 몸이 무거워진 것을 실감한다. 몸의 움직임이 둔화된다. 물론 최근에 좀 피로한 일 (장시간 운전/과음)이 있긴 했자만.
- 없었던 허기짐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그 중에 세번째가 가장 안좋은 것인데, 변화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이 하루 종일 허기짐이 잘 느껴지지 않고 입맛도 별로였단 것이었다. 그 때문에 식사량이 매우 작은 편이라도 먹고 싶다, 덜 먹어서 뭔가 덜 먹어야 겠다 라는 생각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 이 때가 체중감소가 일어나는 적기의 상황인 것이다.
저탄고지가 좋다고 광고하는 사람들 중에 일부가 이걸 실천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면 저탄고지 하다보니 입맛이 별로 없을 때가 많고 그래서 틈만나면 간헐적 단식을 한다고 한다. 입 맛이 없으니 간헐적 단식을 한다고 말하지 않고 저탄고지와 간헐적 단식을 한다고 말한다. 식욕이 엄청나게 좋은데 일부러 단식하는 것은 대단한 의지력이 필요한 것이지만, 밥 맛이 없다보니 몇 끼니를 건너 뛰었네 (그래서 간헐적 단식이 되었네) 하는 것과는 엄청나게 다른 것이다. 그런데 당연히 (단식을) 이뤄낸 것처럼 말한다. 그냥 밥 맛이 없어져서 (허기짐이 없어서) 몇 끼 건너뛰는 게 생활화 되었다고 해야 맞다. 당연히 먹은 게 없으니 체중감소가 절로 일어날 밖에.
사실 내가 아는 바, 저탄수화물 식이의 끝판왕(?)내지는 그 정수라는 게 포만감을 느끼는 한계치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즉 (지방과) 고단백 메뉴만 고집하다보면 어느 시점부터는 완전히 질리게 되어서 자동적으로 음식 섭취량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무슨 말이냐면 저탄수화물 식이를 오래 하면 먹는 양, 특히 그 부피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저탄고지, 특히 지방섭취가 늘면 음식물이 위에 들어왔을 때의 부피가 크게 줄어든다. 지방 자체가 부피는 작으면서 그 열량이 높은 것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물이 없는 것이다보니까 더 그렇기도 하다. 채소라든가 고기 같은 것들은 물과 공기가 차지하는 부피가 많아서 많은 양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뱃속에 들어가서 공기와 물이 빠져나가면 양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탄수화물은 그 부피가 매우 작다고 하더라도 열량은 매우 높고 또 섭취를 늘렸을 땐 잦은 공복감으로 수시로 음식물을 불러들일 뿐 아니라 탄수화물(당)의 의한 식욕증가로 과식을 할 때가 많고 그 때문의 위가 늘어난 음식물 부피에 점점 적응하게 된다. 어지간한 양의 식사에도 포만감 같은 걸 느끼지 못한다.
극단적인 예로 위절제술을 해서 체중감량을 하다가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식이 습관적이 되면 위절제술을 하더라도 남은 위가 (영구적으로) 더 늘어나서 새로운 과식상태에도 적응이 될 정도라는 것이다. 하물며 예전에 과식한 경험 최소 10년 이상이나 되는 내 위가 길어야 1-2년 정도의 소식을 통해서 전부 쪼그라들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이를테면 단맛이 강한 케익이라든가 쿠키를 먹게 되면 대부분 한 조각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단 하날 살짝 먹는 것만으로도 ‘다음 케익?’ 혹은 ‘다음 쿠키?’를 찾게 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매우 dense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고 식이섬유라고 할만한 것이 별로 없어서 그것을 섭취해서 물과 공기가 차지하던 분량이 사라지면 그 부피가 매우 작아지기 때문에 많은 양을 먹어도 많이 먹은 줄 모르게 되기도 하고, 대개 단맛(=설탕, 이당 혹은 단당류)과 고소한 맛(=지방)이 섞여있어야 더 맛이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그렇게 탄수화물과 지방의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하게 된다. 그냥 단지 고소한 맛은 빨리 질려버리기 때문에 오래/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요요가 찾아온다고 하는 것은 내가 봤을 때 다음과 같은 과정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단식/저부피/소량 식이에 의해서 포만감을 느끼는 기준이 낮아진 상태 (저탄/저탄고지 식이가 어느 정도 자리잡은 상태) –> 탄수화물의 비율이 높아짐 –> 허기짐을 느끼는 빈도가 증가 –> 섭취하는 음식물 양의 증가 –> 포만감을 느끼는 기준이 점점 높아짐 –> 식사량 및 탄수화물 비중의 증가 –> 절대적인 열량 섭취의 증가 –> 체중 증가
다시 말하자면, 식사량(=시간에 대한 체중의 기울기/delta/도함수)이 예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이다. 우린 그냥 체중(=결과물/시간에 대한 정적분)으로 그것을 평가하려고 들지만.
- 절대적인 열량 섭취라는 것은 포만감을 느끼는 기준에 따라 좌우됨
- 포만감을 느끼는 기준은 위에 들어찬 음식의 부피에 영향 받음: 채소라든가 고기처럼 섬유질이 많으면 열량에 비해 포만감을 빨리 만족시킬 수 있지만 이것만 먹으면 금방 질려서 많이 먹기가 쉽지 않음.
- 음식물 부피에 대한 열량 (열량 밀도?)은 단연코 탄수화물과 지방이 높음. 지방과 탄수화물이 적정 빈도가 되면 식욕 + 칼로리 섭취가 극대화됨
- 지방을 단독으로 혹은 단백질을 단독으로 섭취했을 때에 비해 탄수화물과 함께 섭취했을 때의 식욕증가 정도가 더 높음. 그로 인한 과식으로 인해 포만감의 기준이 크게 증가하게 됨
예를 들어 고기만 먹었을 때에 비해서 고기를 밥에 쌈 싸먹거나 고기와 찌개/밥을 같이 먹었을 때가 훨씬 더 맛이 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된다. 또 그렇게 과식(=기존 포만감 기준보다 더 많은 양을 섭취)하다보니 포만감을 느끼는 정도가 더 높아진다. 여기에 조미료의 효과가 더해지면 포만감을 느끼는 한계치가 점점 더 높아지게 된다.
어차피 식이와 체중 변화라는 것이 짧은 시간 동안 관찰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긴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하는 것이라 어느 날 하루 많이 먹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섭취량이 얼마나 늘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 때 내 음식 섭취량을 증가하게 만드는가 (=칼로리 곡선의 1차 혹은 2차 도함수?)가 단일 음식을 섭취했을 때의 단위 당 열량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체중 감소하는 전략들을 보게 되면 식사전후에 물 섭취를 줄이라는 말도 있다. 왜? 식사전후에 물을 마시면 위가 불어나서 결과적으로 식사량/과식에 대한 민감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다이어트든 6개월 이상 혹은 1년 이상 지속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왜? 그래야 조금이라도 위에서 느끼는 과식에 대한 민감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