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상업 음악 개발 프로세스

대략 10년전부터 쯤이랄까 우리 나라 음악의 그 수익성이 대한민국 영토에만 머물지 알고 아시아와 아메리카 유럽 대륙으로 확장되어짐에 따라 저작권과 저작자의 권리라는 게 아주 명확해져서 지금은 아마 그렇지 않겠지만 예전 상황을 예로 들어보려고 한다. 대충 옛날엔 이랬다 쯤으로 알아들으면 될 것 같다.

대충 이런 저런 가수와 그 가수에게 곡을 공급했던 작곡가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시점에서 그들의 역량이 갑자기 크게 발전하는 것을 보게 된다. 사람이란 존재가 매트릭스에 나오는 이들처럼 어느 날 갑자기 어떤 프로그램(영감)을 다운로드 받는다거나 그에 상응한 뛰어난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한 순간에 일취월장하게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이런 일은 장기간 교육과 훈련 혹은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재능에서 기인했다고 봐야 한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새로운 사람(들)이 팀에 달라 붙게 된 것이다.

대개 소규모 저자본으로 일을 하는 프로덕션 팀이었다면, 그래서 한동안 뛰어난 잠재력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빌빌했더라면, 재능있는 이들 몇몇을 (자본의 힘으로) 투입하는 것만으로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니면 keyman 하나를 투입하는 것으로 빌빌하던 가수 혹은 밴드를 대략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정치계에도 소위 ‘킹메이커’로 활동하는 이를 볼 수 있다. 본인 스스로만 그렇게 인정하는 사실일 수도 있지만)

대개 그 음악은 작자를 알 수 없는 음원 - 작자는 분명히 있지만 저작권 문제로 (나중에 곡이 잘 되면 차지하기 위해) 누가 만든 것인지 잘 이야기하지 않는 - 으로 부터 출발한다. 이것들도 사실 급한 프로젝트 때문에 급조되었을 수 있다. 대개 ‘가이드’라고 부르는 상태의 곡은 저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개인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다. 사운드 폰트(?)라는 것이 보급된 이후에는 아무리 저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던 개인 스튜디오라고 하더라도 비교적 양질의 음원을 생산할 수 있었고, 그보다 약간 급이 높은 스튜디오는 더 양잘의 음원을 사용할 수 있어서 그보다 많은 예산을 들인 소규모 스트링팀들에 버금가는 수준의 음원을 만들 수 있었다. 여기에 nameless의 보컬이 더해지고 필요에 따라 이런 저런 파트들이 더해져서 소위 ‘가이드’를 만들게 된다. 가사라든가 전체적인 컨셉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자들이 들어봤을 때, ‘어 괜찮은데?’ 싶으면 본격적인 개발 프로세스에 들어서게 된다.

내가 경험해본 바로는 그것이 최종 상품화되어서 티비에 등장하게 되었을 때, 오히려 가이드 상태만 못한 경우도 많이 봤고, 그럼에도 제법 돈이 되던 경우도 봤다. 물론 자본이 제대로 투여되어서 잘하는 연주자/프로덕션팀들과 결합되어서 정말 놀랄만한 결과물이 나오던 경우도 봤고.

씁쓸한 맛을 남기는 것은 최종단에 있는 자본과 그에 결탁한 제작자들이 저작권을 모조리 가져간다는 것인데, 빽없고 이름없는 음악 하청업자들의 입장에선 그마저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스스로를 (이름난) 독립적인 창작자로서 존재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이 없었으니까.

이런 이유로 난 늘 음악을 순수한 관점으로 듣지 못한다. 어디서 누군가의 돈이 들어왔기에 그 빌빌 하던 애들이 이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일까에만 관심이 생길 뿐. 이 괜찮은 음악을 만들어낸 이름 모를 nameless들은 누구였을까, 그들의 ‘가이드(=데모)’는 어땠을지 궁금하기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