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을 같이 했던 Hackintosh와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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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2009년부터 해킨을 했던 것 같다. 시작은 제법 오래된 desktop을 폐기하기 전에 뭐라도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뜻밖에도 너무 성능이 좋아서 폐기하는 대신 이 물건을 2-3년 더 사용했던 것 같다. 당시 버전이 10.6.3(?) 이었던 것 같은데, 매번 새로 OS가 발표되면 소수점 첫번째 자리의 수만 변경되다가 작년에 11로 점프하고 앞으로 12로 점프할 예정이지 싶다. 아예 단위 자체가 격상이 되어서 베타 수준의 업데이트가 두번 째 자리 값이 되고 메이저 업데이트는 첫번쨰 자리가 되었으니까.
첫번째 해킨 이후는 재미로 해킨을 했다. 데스크탑, 랩탑, 브랜드 컴/조립컴, 니컴/내컴/회사컴 가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실패했던 모델이 한 가지 있긴 했다만.
사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남겨두려 했는데, 어차피 headless로 2700x machine을 굴리기로 작정하고 M1 mac을 들였던 터라 GPU를 $20 짜리 저가형으로 바꾸고 나니 hackintosh로 제대로 부트할 수 없었다. 사실 big sur에서 fake id를 spoof하면 된다고 알고 시도한 것인데 역시나 이런 경우 안될 확률이 높아지다 보니 안된다는 사실이 제대로 업데이트가 안되었던 것 같다.
겸사겸사 쓸데없이 해킨을 관리하게 되면 시간 손실도 있고 중요한 애플리케이션 같은 경우 분산도 되고 하는 문제가 있어서 결국 없에기로 결정했다. AMD 머신은 앞으로 오로지 Linux/Windows만을 위해 쓰기로 했다. 그게 맞고, 그게 골치아픈 일을 덜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세상의 아니 인생의 변화는 이렇게 뜻하지 않게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구나 다시금 느꼈다. 10년 넘게 틈나는대로 OS 버전 업데이트를 하면서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재미를 봐왔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모두 무의미해지겠구나 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작에 다 빠져나갔다만. 사실 난 정말 오래도 버텼구나 싶기도 하고.
어제 본 ‘Color Purple’이란 영화에서처럼. 그 결과는 엄청났는데 발단은 너무나도 사소했다는 말이다. 이래서 사람들은 운명이란 것의 존재를 믿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말해 발단은 너무 사소했는데 그것이 정말 엄청난 차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나 역시도 이렇게 뜻하지 않게 해킨 인생의 종지부를 찍어버리면 앞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게 될 예감이 들기에 적어보는 것이다.
왜?
앞으로 인텔 CPU는 회사 컴퓨터를 쓸 때만 어쩔 수 없이 접할 뿐,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도 않고 매력도 없다. 윈도우즈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애플이 이런 식으로 더 가성비 위주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또 미국이 made in USA 혹은 designed in USA를 선호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더 이상 x86 머신/랩탑을 고집할 이유가 다 사라졌다. Linux의 세상은 세상 CPU가 다 없어지지 않는 한 존재할 것이고 역시나 매우 좋아하는 OS이니까 죽는 순간까지 늘 함께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어쨌든 Good-bye. 오래 머물러 주어서 고마워. 이 말이 뭐라고 그렇게 어려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