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출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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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파스타를 삶다보면 직장생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보스와 런던 출장 갔던 기억을 하곤 한다. 왜? 그때 런던 본드 스트리트라는 번화가(?)의 어떤 저렴한 파스타 가게에서 먹었던 파스타의 면이 살짝 딱딱해져서 나왔기 때문인데, 오전에 몹시 배가 고팠던 당시에 난 (파스타를 첨 먹어보는 놈인양) 맛나게 먹었고 보스는 면이 엉터리로 삶아졌다며 창밖만 내다보고 있었기에 난 이 분이 평소에 집에서 대우를 잘 받고 사나보나 했다. 실제로도 그러했던 것 같고. 그러다 결국 귀국하기 직전 쯤에 Paddington station 근처의 어떤 한국 음식점에 다시 들러서 추가로 점심을 먹었던 기억도 난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훨씬 좋은 가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갔던 것은 자기가 아는 곳이 이곳이 전부였기 때문이였기도 하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초기에는 나와 내 직속 보스와의 생활이 주가 되고 그것이 그 이후의 직장 생활들 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한다. 첫사랑과 그 첫사랑의 상대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듯이. 사실 그 이후의 직장생활이라는 것은 비슷한 일의 반복, 수많은 사람들과의 주고 받기로 변화되고 또 이런 저런 이유로 직장을 옮겨다녀봐야 사실상 그 놈이 그 놈, 그 회사가 그 회사, 그 일이 그 일이 되다보면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지금까지 자비를 들여서 간 여행에 런던이 끼어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출장 때문에 간 적은 대충 대 여섯번 되는 것 같은데, 뭐랄까 출장으로 처음 가보았던 그 런던의 추억(?)은 그래도 마지막 런던에서의 추억보다는 나았구나 싶다. 당시 보스는 런던을 많이 좋아했다 라곤 하지만 돌아다닌 곳은 많이 뻔했던 곳이고 가본 사람들이면 다 알겠지만 bond street라든가 paddington station 이런 곳이 관광삼아 올 곳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차라리 마지막 런던 출장 때 마침내 가 본 Abbey road studio가 차라리 극적이었던 것 같다. 왜 그 대여섯번의 출장엔 이곳에 와 볼 생각도 못했던 것인지. 마침내 나 홀로 출장 미션을 달성하고 나서야 이 호사를 누릴 수 있었으니.
런던엔 다시 안갈 것 같다. 이젠 돈 보다도 장거리 여행을 할 만큼의 체력이 제대로 받쳐줄 남은 삶에서 주어질 여행의 기회라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그 금쪽같은 기회를 런던에서 소비하하다니 말이다. 그런 의미로 2020년은 그 아까운 시간의 일부를 날려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주어졌던, 비록 그것이 출장이었다고는 해도, 여행의 기회들에 감사해야지 싶다. 가끔씩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내가 비록 많은 곳을 다니진 않았음에도) 대한민국을 못 나가본 사람부터 유학까지 갔다고 해도 1개국가 정도 나가본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으니까.
마지막에 가봤던 런던의 기억은 뭐랄까 그 옛날의 명성(세계 X대 대도시?) 그런 것은 개나 줘버리라고 할만큼 허름하고 남루하단 생각 뿐. 아니 그만큼 내가 변해버린 것인지도. 그냥 자연경관이 수려한 북유럽의 변두리를 따뜻한 계절에 한 번 돌아보면 그만일 듯하고, 독일이나 자동차 여행을 한다면 다행이지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