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털 왁싱

난 알러지성 비염이 있다. 알러지의 원인은 집먼지 진드기 2종인데, 민감도가 제법 높은 편이라 진드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즌에는, 혹은 그들의 사체들이 먼지를 열심히 떠도는 시절엔 코가 매우 민감해져서 코털의 작은 움직임에도 비강/비점막이 자극되어 흔한 알러지반응이 일어난다. 지저분하게도 코털이 코 밖으로 나올 정도로 길어지지 않아도, (아니 코털 때문에 늘 코가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코털이 이렇게 길게 자랄 수가 없다.) 늘 자극을 받기 때문에 매우 자주 코털을 관리하는 편이다. 그러나 늘 고통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잘라내고 뽑아내고 하더라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코털을 제거하긴 쉽지 않다. 또 금새 자라나기 때문에. 그래서 왁싱을 하는 거다. 왁싱을 한다고 해서 완벽제거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음 왁싱을 할 때까지 시간을 좀 더 벌자는 것이다. 왁싱을 하지 않으면 코털을 열심히 제거해봐야 한계가 너무 뚜렷하고 내내 자극만 받고 극히 일부만 제거가 가능하니까.

어떻게? 왁싱 비드를 소량 구입해서 그것을 소량 덜어내서 적당히 덥혀주면 녹아내리게 되고 이 때 면봉같은 것에 적당한 양을 묻혀서 왁싱하면 된다.

따끈한 왁스가 묻어진 면봉을 코안에 넣고 적당히 코를 눌러주어 왁스가 골고루 묻게 한 뒤에 적당히 굳어졌다 싶을 때 면봉을 뽑아내면 된다. 정말로 엄청난 양의 코털이 한 꺼번에 제거된다. 이 정도의 코털이 다시 자라나기 위해서는 제법 긴 기간을 깔끔하게 지낼 수 있겠다 싶어서 절로 흐뭇한 웃음이 나올 정도다.

이 과정에서도 제법 코가 자극이 되긴 하는데, 그보다는 굳어진 왁스를 뜯어내고 나서 남게 되는 약간의 찌꺼기를 뜯어낼 때 더 강한 자극이 온다. 어쨌든 효과는 아주 좋다. 한번의 왁싱으로 모든 코털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은 깔끔하게 제거되기 때문에 코털로 인해 콧속이 자극되어 재채기를 한다거나 콧물이 난다거나 간질거린다거나 하는 일은 많은 부분 사라진다. 더불어 코털 때문에 코가 자극되어 코에 손이 가는 일이 없어지니까 추가적으로 코안으로 손에 묻어있을 수 있는 이물질이 유입될 확률도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코털을 뽑거나 하면 안좋다 하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그 경우는 잘은 몰라도 코털이 뽑힌 자리로 세균이 유입되어 모낭염이 발생한다거나 해서 코가 마치 벌에 쏘인 듯처럼 붓거나 하는 현상 때문이지 싶은데, 왁싱 후에 (콧물이나 왁스 찌꺼기) 잘 씻어내면 별 다른 문제 없이 쾌적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이것은 정말 강추한다. 특히나 나처럼 코가 늘 민감한 사람들에겐 쓸데없이 가위질을 한다거나 트리머를 넣어서 돌린다거나 강제로 조금씩 뽑아내면서 계속 해서 자극되는 것보다 확실하다. 왁싱 시에 큰 자극만 한번 감내하면 여러 주 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고 매번 왁싱할 때마다 코털의 양이 점점 줄어들어서 그 자극의 정도도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