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돕기로 했다면..

누군가를 도울 때는 그에 대한 보답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사실 누군가를 ‘돕겠다’할 때 그 보답을 기대하면 애초에 ‘돕는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보답 대신에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적어도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 자신이 뭔가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생긴다.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그를 도울 마음으로 나의 시간과 노력을 썼다는 것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은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것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성 0의 사람과 최근에 알게 되었다. 아니 오래전에 알던 사람인데 그런 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내 주위엔 적어도 자신들을 위해서 내 자신의 일부(시간과 노력)를 갈아넣었다는 것을 인지하긴 커녕 당연한 것을 받아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호구처럼 다 늦게 알아챈 것이다. 혹은 내가 다른 이유로 그들에게 잘 보여야 하니까 도와주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늘 당연하게 여기고 살다보니 당당하게 요구하기 까지 했다는 사실을.

세상엔 그렇게 타인의 선의를 자신의 이해관계와 연결해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고 돈으로 환산하는 사람도 있고 과대망상으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어떤 탁월함 때문에 자신에게 잘 보이려 노력한다고 착각하는 이들까지 있다. 이런 것 까지 쉽게 말해 생까고 남을 돕는 다는 것은 성자(?)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최근에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계기로 잊혀졌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일렬로 떠오르다보니 서글픈 생각이 솟아올랐다. 도무지 난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냐 하고 말이다. 늘 손해나보고 빼앗기기나 하고 제 몫도 잘 못 찾아먹고 먼저 누리려고 하기 보단 누리지 못하는 타인들을 생각하고 도움을 줄 필요도 없는 이들에게 뭔가 나와같은 혜택을 누리게 해줄 생각이나 하고 있고 등등. 그들에게 도움을 주어도 그저 당연한 일을 했거니 하고 살았으니.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는 거다.

적어도 그렇게 살거라면 차라리 내가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 - 적어도 가진 것이 넘쳐나고 타인의 도움에 대해서 고마워할 줄 모르는 존재들이 아닌 - 를 돕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오히려 이들을 돕는 것은 같은 양의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고 할 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그 도움의 정도가 더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이들을 후원하는 이들 또한 나와 같은 경험/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아울러 알게 되었다.

자신의 능력과 작은 노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못하고 가 아니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오면 차라리 단호하게 끊고, 차라리 그런 노력과 시간을 스스로의 능력이나 주어진 환경에서 스스로 자립하거나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이들에게 의미있는 보템이 되어주는 것이 값어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