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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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구절이 어디서 어떤 이유로 나온지 알지 못한다. 단지 이 구절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대략적으로 이해하기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으니 예전의 방식대로 살아가지 말아라 하는 말로 이해가 된다. 성경의 맥락에서 보면 예수는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서 온 사람이니까. 또 구체적인 비유를 든 것은 다르지만 늘 자신이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왔다는 이야기도 한다. 옛날과 다르다. 깬다. 부순다 등등.
모르겠다. 불현듯 지금의 답답한 기분에서 난 이 구절이 떠올랐다. 그냥 나의 상황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 이 구절을 통해서 받아들여야지 하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새에 세상이 많이 변했고 나 또한 어떤 방향으로든 변했는데, 오래 전에 알던 사람들과 만나서 그들의 상황과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이해는 할 수 없지만 뭔가 많이 괴로웠고, 전과 다른 이해력으로 그들의 움직임과 대화를 듣고 있다보니 어느 새 내가 정말로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과 또 그들이 가지고 있던 나에 대한 기억들이 날 붙잡고 날 괴롭게 했다.
난 전혀 새로운 존재가 아니지만, 나도 모르는 동안 세월이 훌러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닌 내가 되었고 그렇게 되었으니 내 주위의 사람들도 새롭게 되어야 한다는 말로 이해가 된다. 왜? 그래야 편하니까. 그래야 괴롭지 않으니까.
같은 시간이 그들과 내게 흘렀는데, 신기하게도 그들은 별로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고 나 역시 예전엔 그들과 같은 상태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도 깨닫았다. 이젠 그들이 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고 그전엔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한 꺼번에 다 읽혀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내 맘속이 괴로웠던 것은, 날 하찮게 생각하던 그들의 생각을 하나도 읽어내지 못하면서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려했던 것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난 그 관계를 멍청하게 유지하고만 있었는지 한심했던 것이고. 나도 모르는 동안에 나에게 많은 깨닫음이 있었던 것인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난 그 모든 차이, 기류의 변화, 느낌의 변화, 알 수 없는 이유로 아픈 마음 때문에 더 이상 그들과 함께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