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얘길 쓸데 없이 길게 하는 사람과 회의에 들어가 있을 때

정말 오랫동안 봐오는 사람이 있다. 좋아서 보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물론 내가 쓸데없이 같은 회사를 오래 다닌 게 그 이유다.

이 사람의 특징은 남들 다 아는 얘길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양 길게 떠드는 것과 남들은 다 조용히 인지하고 (또 해결책이나 결말이 뻔해서) 지나가는 문제를 끝까지 질문하면서 (그도 그 문제에 대한 답이 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러는지는 별로 알고 싶지 않다) 물고 늘어져서 회의 시간을 소모한다는 것이다.

정말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말 아주 오랫동안 번번히 이 꼴을 보고 있을라 치면 어쩔때는 정말 참기 어려워져서 그냥 연결을 끊고 회의에서 나가버리기도 하고 그런다. 코로나 시절이라 좋은 게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듣지 않고 끊고 나갈 수 있다는 점이지 싶다.

떠드는 만큼 일을 잘한다거나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면 모를까 아는 것도 쥐뿔 없으면서 시끄럽고 귀찮아서 문제시 하지 않는 사소한 것을 이슈화해서 피곤하게 하니까 도리어 피해를 주고 있다.

더구나 그렇게해서 어떤 일을 맡으면 끝맺지를 못해서 또 한번 타인들에게 피해를 준다. 누군가 나서서 전부 다 수습을 해주어야 하는데, 더 웃긴 건 누군가 전부 다 수습을 한 상황에서도 이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난 이것의 원인이 ‘눈치없음’, ‘지능낮음’에서 기인하는 문제라고 본다. 즉, ‘타인이 나보다 대부분은 다 똑똑하다’란 사실을 본인 혼자만 모르고 있는데서 오는 것이라고 본다.

대개 스스로 무능력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보이는 경험을 하게 되면 대개는 그런 일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든 실력을 보완하려고 하고 늘상 갈고 닦는 상태로 가게 마련인데, 이게 도저히 되지 않는 거다.

‘이만하면 되니까..’ 하는 생각에서 오는 것인지. 내가 그 사람을 처음 알았을 때와 지금은 전혀 다르지 않다.

그냥 쉽게 말해서 여전히 ㅂㅅ 같다. 조직 사회라는 것은 이런 사람도 계속해서 진급을 시켜준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하는 능력이나 속도/효율면에서는 전혀 나아진 게 없는 데 연봉과 직급만 높아진 것이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많으니 누군가의 등에 올라타려는 기질이 강한데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이런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그 사람을 알아온 지 오래된 사람들은 이 사람의 능력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좋은 평가를 줄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잘하는 사람이 늘상 잘하는 것은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이 어쩌다 뭔가 얻어걸리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대개 이래서 크게 도약을 하는 사람들이 왕왕 있다.

어차피 인생은 다 운이라 했지 않은가? 운7기3이라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땐 운9기1이라고 본다. 평소에 아무리 잘한 다는 소릴 듣고 그것도 모잘라 갈고 닦고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베테랑이라고 해도 운없으면 내내 그 졸병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