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ing을 해보다.

집 마당에 뭐라도 해놓는 것을 landscaping이라고 하는 것을 첨 알았다. 골프장 정도의 규모는 되야 ‘조경’이다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 마당을 어떻게 잘 관리해볼까 2-3달은 이런 저런 유튜브도 찾아보고 했던 것 같은데, 결국 업자에게 의뢰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몇 해전에 마당에 잡초들이 정말로 빽빽하게 그것도 내 키만큼이나 무성하게 자라난 것을 처리하느라 온종일 베어내고 베어내도 끝이 없었던 악몽의 순간 이후로는 난 어차피 관리할 수 없는 땅은 콘크리트로 매워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늘 했다. 잡초제거 방법을 쓰든 사람을 불러서 잔디를 조성하고 깎고 하는 일을 아무리 해봐야 늘 지저분하고 먼지날리고 잡초는 늘 자라고 뽑아줘야 되고 그래봐야 아무런 보람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막상 이사와보니 생각보다 내가 관리해야 하는 면적이 비정상적으로 넓은 데다 혼자서 이사를 마치고 나니 만사가 귀찮아져서 이젠 뭐든 집안 일은 돈을 주고 해야지 하던 때에, 때마침 한집 건너 이웃집에서 짧은 시간에 깔끔하게 콘크리트로 마당을 메워버리는 공사를 끝내는 것을 보니 나도 모를 충동이 생겨서 같은 업자에게 두어번 흥정 끝에 질러버린 것이다. 사실 이 업자가 날 유심히 본 것인지 열심히 영업을 뛴 게 먹힌 면도 있다.

이렇게 저렇게 원가로 계산기 두들겨보면 잘한 짓인지 아닌지 애매하긴 하지만 (더 흥정을 해봤어야 되는데), 막상 이 더위에 사람들이 와서 여러 날 일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예상했던 프로젝터의 난이도 보다 실제는 더 높았던 것도 같고, 대충 3일만에 시끄럽고 먼지날리는 공사의 대부분이 다 끝나는 것에서 가치를 더 쳐줘야 되는구나 싶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오늘 아침엔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깼는데 알고보니 그 알량한 조경 공사를 위해서 바로 집 앞에 레미콘(이게 Ready mix concrete란 말이란 것도 오늘 알았다)이 와서 콘트리트를 타설하고 있었다.

나 혼자 알량하게 시멘트와 자갈 나부랭이를 사고 콘크리트 믹서를 빌려와서 혼자서 타설했다면 아마도 하루 온종일 1/5도 하지 못하고 뻗었지 싶은데, 레미콘이 2시간 동안 들이 붓고 그 후 2시간 넘게 지금도 3명이 계속해서 표면 다듬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이것을 나 혼자 했다면 하루 온종일 한 구역씩 미친 듯이 해서 대충 일주일은 했어야 됐지 싶다. 물론 일의 결과물은 비교할 수도 없이 형편없었지 싶은데 (당장에 어제 모처럼 차를 닦은 것만으로도 어깨가 욱신 욱신한다).

그래도 여전히 머릿속 계산기는 돌아가고 있다. 뚜렷한 대안도 못 내놓고 있으면서 괜히 한 것 아닐까 하면서 계속해서 원가를 계산하고 있단 말이다. 요새 집 값에서 1-2천만원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시절이 된지 오랜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 집 팔 때 공사비를 붙여놓더라도 총액에는 전혀 티도 안나는 그런 시절인 것인데 말이다. 아니 애초에 집값이 이만큼 더 비쌌거나 아니면 더 쌌거나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대세에 아무 차이가 없는 지경이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