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작 '신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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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의 첫부분이 떠올라 찾아보니 그라모폰 레이블로 나온 라파엘 쿠벨릭 지휘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었다. 그런데 들어보니 뭔가 좀 느린 듯 하고 엉거주춤 한 것 같아 내가 가장 처음 들었던 음반을 찾아보았다.

지휘자는 같은 사람인데 녹음 연도와 악단이 달랐다. 이참에 이것 저것 뒤져보니 (그렇다 주말엔 일하기가 죽어라고 싫은 거다) 라파엘 쿠벨릭이 드보르작 9번 교향곡의 연주를 참으로 많이 했던 모양이다. 발매된 음반이며 연주가 매우 많았다.

이 교향곡은 4악장이 가장 유명한데, 난 주로 1악장만 들었고 오늘도 1악장의 초입이 떠올랐다. 분명히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가 더 좋았다고 평가받았을테고 분명히 라파엘 쿠벨릭이 제법 늙은 이후에 녹음된 것이라 더 좋은 기술로 녹음되어 지금까지도 남아서 판매되고 있을텐데, 난 늘 신기하게도 내가 가장 처음 들었던 음반의 그 연주를 가장 선호하게 된다. 그 음악을 가장 처음으로 주의깊게 들었을 때의 그 느낌이며 모든 것들이 잘 기억난다. 20kHz까지 재생이 되든 안되든 따위의 문제는 그에 비하면 전혀 중요하지 않다. EP라 판이 튀든 잡음이 있든 그런 건 세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필터링이 된다 신기하게도.

막상 내가 같은 음반을 지금 똑같은 장치로 재생해서 들으라고 하면 분명히 EP의 잡음때문에 또 재생장치의 다소 열악함 때문에 듣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만.

내친 김에 드보르작에 대해서도 찾아보면 이 교향곡을 체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하게 된 후에 작곡하게 되었다는데, 그에 대한 설명을 보면 그가 체코에서 받던 연봉의 무려 25배나 되는 연봉을 받고 뉴욕의 National Conservatory of Music of America에 director로 초빙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19세기말 20세기 초에 미국에서는 자국의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유명한 인사들을 대거 수입했던 모양인데 이 교육기관은 펀딩 문제로 얼마 못가서 문을 닫았다고 한다. 20년대말 대공황이 아마도 그 이유였지 싶다.

어쨌든 이 음악은 드보르작이 경제적으로나 생활적인 면에 있어서나 ‘풍요로운 신세계’에서 작곡했고 그 결과물이 속지주의로 따지면 미국 문화 발전의 산물인 셈(?)이 되었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프로모션이 잘 되어?) 매우 유명한 곡이 되어 나같은 사람도 잘 알고 있는 음악이 되었나 싶다.